日 억지주장 부당성 공론화...文 “이순신, 12척 배로 나라 지켜”

靑 NSC “우리 잘못 확인땐 사과”
전략물자 진실검증 자신감 피력
국제기구 통해 日공세 차단 포석
文 원고에 없던 ‘12척’ 즉석 발언
日수출규제 정면돌파 의지 드러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청와대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가 12일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규제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밀반출 및 대북 제재 위반 의심’에 대해 국제기구 조사를 받자고 ‘선제안’한 것은 진실 검증에 대한 자신감을 먼저 드러냄으로써 일본의 추가적인 정치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이례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이 같은 제안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일본 측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알리는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한일 중재를 요청하는 동시에 일본과 양자 간에는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을 둔 것이다. 이날 지역경제투어 일정차 전남도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언급했다. 이 부분은 원고에 없던 내용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일본의 고위 인사들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수출 관리 위반과 제재 불이행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일본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또 김 차장은 “조사 결과 우리 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의 잘못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대한 사과는 물론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입장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 일본 측 주장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규제 철회의 실마리로 삼겠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기념 촬영 후 스쳐지나가고 있다./AP연합뉴스

아울러 일본의 위반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요구했다. 김 차장은 “우리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등 관련 협약과 지침에 모두 가입한 회원국으로서 이중용도 및 전략물자의 제3국 불법 반출을 철저하게 통제해왔다”며 “일부 민간기업이 이러한 정부의 통제를 조금이나마 위반했을 경우 이를 적발해 필요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함은 물론 이를 공개해 재발에 방지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4년간 150여건을 적발해 대외 공개한 것은 우리 정부가 수출통제 규범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일본도 그러한 조치를 통해 수출통제제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자문해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무허가 수출 적발 실적과 주요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총 적발 건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일부 사례만 선별해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제안에 대한 일본의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기다리겠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이 나오는 대로 방향에 대해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우리 측 제안을 일본이 받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주장하는 전략물자 북한 반출 주장이 잘못됐다는 입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일본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일본의 명분이 약화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센터장은 “실질적 해법은 아니지만 명분 싸움에서는 적절한 조치”라며 “사실관계를 밝혀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일본의 부당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현·양지윤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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