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국 관계강화 뭐든 할 것” 밝혔지만...스틸웰·해리스 “韓日 중재 예정 없어”

靑·외교부 등 對美 설득 총력 속
美 정부내서도 미묘한 입장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인구조사’와 관련한 발언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비롯해 외교부의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 김희상 양자경제국장 등이 워싱턴으로 동시에 날아가 한국 입장 알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가 11일(현지시간) ‘한미일 3각 공조’를 언급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일본과 한국은 물론 친구들일 뿐 아니라 동맹들”이라며 “미국과 국무부는 3국의 양자 간, 3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한일 갈등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던 데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한일 관계가 더 틀어질 경우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미국 기업들의 이익도 침해될 수 있다는 우리 측 논리가 다소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친밀한 관계를 가진 나라들에 속한다”며 “미국은 우리 3국 모두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양국과 협력하는 것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숙소인 호텔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차장 역시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차장은 “미국 측 고위급 관료가 아시아 쪽으로 출장을 가니까 이 기회에 3개국의 고위급 관리들이 모여 회담을 하려 했는데 한국과 미국은 매우 적극적인데 일본 측에서 아직 답이 없고 좀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이 언급한 ‘미국 측 고위급 관료’는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스틸웰 차관보가 10∼21일 한국·일본 등 아시아 방문 기간에 한미가 일본과의 3자 고위급 협의를 추진을 시도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 국무부는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스틸웰 차관보의 행보와 역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스틸웰 차관보 역시 일본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일관계를) 중재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강고한 동맹관계에 틈과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긴장 관계에 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이 긍정적으로 협력 가능한 분야에 눈을 돌려 장애를 극복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만나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일 모두 성숙한 국가인 만큼 각자 정부면 정부, 의회면 의회, 비즈니스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며 미국이 개입할 때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정영현·양지윤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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