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60일, 지정생존자’
#. 단단한 카리스마 허준호, “영웅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다.”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에게 박무진은 미덥지 않은 리더다. 하지만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고, 국가를 지켜야 할 책임이 더 중요했기에, 그를 채찍질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주승의 카리스마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 이유였다. 지난 2회에서 박무진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전쟁 위기를 극적으로 넘겼고, 떨리는 다리를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한주승은 박무진의 활약을 ‘우연’이라고 일침했다. “이 자린, 어쩌다 한 번의 개인기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필요한 자리가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전하며, 리더의 말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더욱 신중해져야 함을 주지시킨 것. 지난 3회에서는 해임되면서까지 “권력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라며, 권력이 단순히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임을 일깨웠다. 허준호는 굳이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배우가 갖고 있는 독보적인 아우라로 이러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 능수능란 정치9단의 카리스마 배종옥, “그래서, 겁나요?”
야당 대표 윤찬경은 정치 9단, ‘구단주’다. 때문에 그녀에게 박무진은 그저 걸음마를 뗀 정치 초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4회에서 자신이 테러범이라 주장하는 북한 인사의 동영상을 윤찬경에게 공개한 박무진. 하지만 그녀는 그걸 보고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무진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래서, 겁나요?”라고 물었다. 이미 박무진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던 것. 그리고는 “우리 내부의 불필요한 갈등과 혼란? 나라면 외부의 적을 이용했을 거예요”라며, 위험한 정보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그녀의 정치적 능력을 보여줬다. 숨기거나 에두르는 것 없이 말투마저 정직한 윤찬경은 능수능란하게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이런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배종옥은 귀에 꽂히는 정확한 발음, 꼿꼿한 자세, 그리고 깊은 내공으로 다져진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윤찬경 캐릭터에 녹여 극에 쫄깃한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 뼛속까지 군인의 카리스마 최재성, “우리 군은 통수권자를 잃었어!”
합참의장 이관묵(최재성)은 뼛속까지 군인이다. 오랜 세월 군을 이끌어왔고, 그래서 연구만 해왔던 박무진을 국군통수권자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런 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는 박무진의 숨통을 조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2회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가 북한의 소행이라 속단할 수 없다는 주장에 이관묵은 “아마추어 같은 안보관에 낭만적 통일관 때문에 당신들은 보스를 잃었고, 우리 군은 통수권자를 잃었어”라고 소리쳤다. 이관묵은 군에 대한 자부심, 전쟁을 해서라도 적을 물리치겠다는 의지, 무엇보다 나라와 국가를 지키겠다는 신념이 투철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마저 손에 땀을 쥐고 벙커룸의 대립을 지켜봤고, “최재성 배우, 진짜 장군 같다”라는 평이 쏟아졌다. 힘이 넘치는 발성, 카리스마 있는 눈빛과 강렬한 포스로 이관묵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낸 최재성의 관록이 빛을 내고 있다.
#. 권력을 향한 욕망의 카리스마 안내상, “역시 빨간 타이가 좋겠어.”
권력욕 하나 없는 박무진과 극과 극을 이루는 인물은 바로 여권에서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히는 강상구(안내상) 서울시장이다. 지난 4회, 청와대에서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린 복도를 걸어가다 내뱉은 한 마디, “역시 빨간 타이가 좋겠어.”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묻는 비서에게 “여기 걸릴 내 사진”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매고 있는 빨간 타이를 만지는 강상구. 권력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카리스마가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국민의 불안이 소요사태로 이어지자, 곧바로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를 보였고, 박무진의 리더십엔 대놓고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도 바로 이 때문. 순간순간 욕망에 따라 변하는 리얼한 감정을 표정만으로도 드러낼 수 있는 안내상의 존재감 있는 연기. 시청자들이 “배우인지, 정치인인지, 헷갈릴 정도다”라고 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