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006800)가 1위를 지켜왔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올 들어 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ELS가 ‘춘추전국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2·4분기 ELS 발행 규모가 24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늘어나고 있고 중소 증권사도 적극 가세하는 상황이어서 ELS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중 NH투자증권(005940)(2조 9,000억원)을 제외한 삼성증권·KB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 4개사 모두 올 상반기 ELS 발행액이 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증권이 5조 6,000억원, KB증권이 5조3,000억원으로 ELS 부동의 1위였던 미래에셋대우(5조2,000억원)를 넘어서며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삼성증권의 한 관계자는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 수요가 많아지는 추세”라면서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다양한 구조의 상품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11조 4,386억원, 2018년 9조 695억원으로 ELS 발행 규모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증시 부진에 따른 수익구조 다각화 차원에서 주식워런트증권(ELW)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증권사의 약진도 돋보였다. 올 상반기 신영증권(001720)이 전년 동기 8.8% 증가한 3조 3,883억원으로 신한금투(3조 433억원)를 제쳤고, 메리츠종금증권(008560)도 16.1% 늘어난 3조161억원으로 2조 9,000억원대의 NH투자증권을 넘어섰다.
최근 ELS 시장이 갈수록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유로스톡스50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 주요 글로벌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국내외 금리 하락으로 채권 투자 상품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ELS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DS부 팀장은 “올 상반기 시장의 상황이 좋아서 지난해 하반기 판매된 상품 중 상당수가 조기 상환되면서 다시 발행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LS 연간 발행 금액은 2017년 65조 853억원에서 2018년 68조 797억원으로 4.6%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1·4분기 발행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9% 감소한 17조 3,806억원에 그친 탓에 올 상반기 발행금액은 42조 2,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43조 9,240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2·4분기 발행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기초자산 및 수익구조의 다변화도 ELS 시장 확대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표시 통화는 해외 현지 통화, 지불·수취 통화는 원화로 사용해 환 변동 위험을 낮춘 콴토지수가 사모형 ELS 기초자산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며 “조기 상환을 유도하는 리자드 옵션 확장, 기초자산 조합 다양화 등도 모색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ELS 기초자산별 발행금액은 유로스톡스50이 약 35조원으로 홍콩H지수(32조원)를 넘어서면서 홍콩H지수에 대한 쏠림 현상이 완화됐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