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올해 들어 급감했습니다. 미국에서 지난해 대비 3.1%를 늘렸지만 일본과 유럽연합(EU), 중국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채권과 주식으로 자금이 유입 되는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입니다. 금융 투자처로는 안정적이나 직접 뛰어들어 사업을 하기에는 기업환경이 안 좋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FDI 신고 금액은 98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3% 감소했습니다. 미국에선 3.1% 늘렸는데요. 반면 일본은 38.5%, EU에서 41.5%, 중국에서 86.3%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반도체 소재 금수조치를 건 일본에서 FDI를 선제적으로 줄였다는 얘기도 나오네요.
지난해 269억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FDI가 왜 급감했을까요?
우선 FDI를 투자 유형별로 보면 직접 공장을 짓거나 증설 등 영업을 위한 투자인 그린필드형은 신고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9% 감소한 70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도착 기준으로도 61.3% 줄어든 30억 6,000만 달러입니다. 반면 지분 투자 성격의 인수합병(M&A) 투자의 경우 신고 기준 4.3% 감소한 28억달러, 도착 기준 9.4% 증가한 25억6,000만달러였습니다.
M&A 투자는 크게 줄지 않은 것을 보면 여전히 한국이 나쁘지 않은 투자처이나 그렇다고 직접 사업을 하는 모험을 하기엔 위험이 많다는 뜻이겠죠? 미중 무역 분쟁 등에 따른 경기부진으로 우리나라 제조업이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을 외국자본도 알고 있을 테니까요. FDI를 업종별로 봐도 제조업의 부진이 두드러집니다. 제조업의 경우 신고 기준으로는 57.2% 감소한 30억9,000만달러를, 도착 기준으로는 75% 줄어든 13억3,000만달러를 나타냈습니다. 구체적으로 운송용 기계(-86.4%), 전기·전자(-79.2%), 비금속 광물제품(-72.5%) 등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기계장비·의료정밀(61.7%), 화공(198.2%) 분야는 증가했고요. 서비스업도 신고 기준 19.7% 감소한 67억2,000만달러, 도착 기준 28.4% 줄어든 35억4,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으로 투자하는 메리트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 밑으로 보는 기관이 나오는 등 외국인투자가 입장에서 투자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한미 금리 역전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양호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은 “올 상반기 FDI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평균 실적치(신고 기준 84억5,000만달러)를 상회한 수준으로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며 “올 상반기는 특히 첨단 기술과 신산업 분야, 한류 프리미엄과 연계된 문화상품, 정보기술(IT)과 관련된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관련 투자가 굉장히 활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산업부는 이러한 추세를 바탕으로 올해 전체적으로 200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5년 연속 기록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물론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강조되면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FDI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공개한 ‘글로벌 투자보고서 2019’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FDI 순유입 규모는 1조2,970억달러로 전년 대비 13.4% 쪼그라들었습니다.
FDI와는 별개로 금융과 주식 시장에서의 외국 자금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47억8,000만달러 순유입됐습니다. 지난해 1월의 52억2,000만달러 순유입 이후 최대치입니다. 채권자금도 지난달 45억6,000만달러 순유입됐습니다. 미중 무역갈등의 완화로 지난달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월평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33%포인트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내렸습니다. CDS 프리미엄이 내렸다는 것은 부도 위험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즉 FDI가 줄었다고 해서 자본 유출 위험의 징조로 해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FDI는 한국의 기업환경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FDI 급감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최저임금, 강화된 노동규제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도 해외로 투자처를 돌리는 상황에 외국 기업들이 투자할 리가 만무하겠죠?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반도체 소재 금수 조치 등 대외 환경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인 S&P를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이 내수 활성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금융 자본은 차익 실현을 한 후 도망갈 수 있습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도, 선진국과 4차산업혁명을 공동으로 대비하기 위한 연대를 늘려가기 위해서라도 FDI 급감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