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기획부터 생산까지…美 현지 맞추는 현대·기아차

픽업트럭, 북미서 직접 생산·판매
높은 세금·강성 노조 등 여파에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시장 공략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부터 생산까지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현대차(005380)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곧 진출할 것”이라며 “정치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방안을 강력히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현대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산 픽업트럭에 붙는 관세 25% 안이 오는 2021년 폐지될 것을 감안해 픽업트럭 출시 시점을 정했다. 그러나 FTA 재협상에 따라 관세 부과는 2041년까지 연장됐다. 사실상 한국에서 생산한 픽업트럭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현재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은 일본·미국 자동차들이 장악하고 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자동차 회사들이 멕시코에서 새롭게 차량 생산을 발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노를 불렀다”며 “이에 따라 현대차는 픽업트럭을 북미지역에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있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엘란트라·쏘나타·싼타페 등 연간 40만대 차량을 만들고 있다.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서 텔루라이드·쏘렌토·옵티마 등을 연간 34만대씩 생산하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리는 추세다. 특히 최근 권역별 본부로 조직이 개편되며 미국을 비롯해 해외에 출시되는 차량을 현지에서 만들어 파는 체계로 바뀌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 디자인 센터’의 주도로 텔루라이드를 미국에서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전담하고 있다. 고성능 모델 i30N과 i20·i10은 독일에서 직접 연구해 생산하고 있고, 싼타페 중국형, 투싼 중국형, ix25 등 중국 전용모델도 모두 현지생산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에 투자하는 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높게 책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해외 공장에 투자를 늘리며 현지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높은 세금과 강성 노조 등에 따라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새로운 모델 출시로 공장 라인을 배정하는 것이나 생산 스케줄을 잡는 것도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 변수가 너무 많다”며 “세금 등의 문제로 현대·기아차는 필리핀·브라질·인도 등 해외 출시 모델을 현지에서 직접 만들어 특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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