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정부는 서민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낮추겠다며 최고 법정금리를 24%로 제한했다. 1년6개월이 지난 현재 대부업체들은 신규 신용대출을 잇따라 중단했다. 일부에서 대부업체들의 대출중단으로 45만명에 달하는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밀려났다는 추산이 나올 정도로 저신용자 ‘대출 난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계 대부업체 1위인 산와머니는 신규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2월 대부업 법정금리가 24%로 조정된 지 1년여 만이다. 다른 대부업체들도 이미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접은 지 오래다.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는 2011년 6월 39%에서 2014년 4월 34.9%, 2016년 3월 27.9%로 인하된 데 이어 지난해 2월 24%로 제한됐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 1위인 산와머니까지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하면서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신용대출 사업을 접었다”며 “이전부터 법정금리 조정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왔지만 최근 법정금리 제한 이후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비용이나 부실 충당금 등을 고려하면 법정금리 24%로는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업 법정금리가 낮아지자 지난해 대부업 대출 잔액도 4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대부업체 이용자는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대부업 대출 잔액은 17조3,487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의 17조4,470억원보다 0.6% 감소했다. 지난해 대부업 대출 거래자 수는 6개월 전보다 15만4,000명 감소한 221만3,000명으로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대부업체가 법정 최고금리 적용 대상자가 많은 신용대출 중심으로 대출심사를 강화해온 탓이다.
저신용자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을 중단하면서 지난해에만 45만명의 저신용자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밀려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대형 대부업체들도 신용대출을 중단하면서 올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저신용자 수는 지난해보다 급증한 6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의 대부업·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 대출을 거절당한 대부 이용자 중 45만명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이동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불법 사채 규모는 약 6조~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업 등 저신용자 대출시장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지난해 법정금리 인하로 대출 신청 거절이 2017년 31%에서 2018년 54%로 크게 증가하면서 대출 거절자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이동한 수는 지난해 46만명보다 더 늘어난 60만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 중 7~10등급의 저신용 차주 비중은 2017년 말 74.9%에서 지난해 말 72.4%로 줄었다. 줄어든 만큼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돈 떼일 가능성이 높은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중단한 대부업체들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 시행으로 1·2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우량 차주들을 상대로 대출하기도 바빠졌다. DSR이 적용되지 않는 대부업 주담대로 우량 차주들이 몰리면서 과거와 같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로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주담대 수요자들이 요즘에는 대부업체로 대거 몰리고 있다”며 “대부업체들은 부실위험이 큰 저신용자 신용대출보다 안정적인 담보가 있는 주담대를 놓기도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대부업 신용대출은 6개월 전과 비교해 9,643억원(7.6%) 줄었지만 담보대출은 8,660억원(18.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DSR 관리지표 도입이 오히려 대부업 주담대 수요를 늘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며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 대신 안정적으로 마진을 올릴 수 있는 주담대 대출 늘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