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달대행·대리운전기사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플랫폼 근로자’들을 고용보험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오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달 중 발표하는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기면 약 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플랫폼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안에 담았다”며 “마무리 작업이 거의 완료된 상황으로 빠르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근로자는 정보기술(IT)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흔히 사용하는 배달 앱의 ‘배달대행기사’나 대리 앱의 ‘대리기사’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플랫폼 근로자 수를 47만~53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들 네 명 중 한 명 이상은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산재보험법상 특례적용 대상인 9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플랫폼 근로자는 형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배달대행기사 등 특수고용직으로 구분되는 직종부터 우선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현재 특수고용직으로 인정받는 9개 업종은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 모집인 △대리기사다. 이들은 산재보험의 혜택은 받지만 고용보험 가입 대상은 아니다. 고용부는 법 개정을 통해 이들 업종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한 후 시행령으로 배달대행기사 등 플랫폼 근로자 일부를 이들 업종 중 한 곳에 포함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일부 플랫폼 근로자를 포함한 특수고용직들도 실업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 급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안에 교통 접근성이 좋은 공공청사를 ‘청사+근생주택+임대주택’의 형태로 복합 개발해 청년들의 임대주택·신혼희망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넣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무서·경찰서·선관위사무소·등기소 등이 개발 후보군”이라며 “서울이나 서울 근교 등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고졸 근로자가 대학에 진학할 경우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해주는 후(後)학습 장학금(희망사다리장학금Ⅱ)의 지원 요건도 완화한다. 3년 이상이었던 중소·중견기업 재직기간을 줄여줄 방침이다. 저소득·저신용 청년의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청년·대학생 햇살론Ⅱ는 내년에 출시한다. 또한 청년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이를 확산·정착시키는 ‘신(新) 직업 메이킹 랩(Making Lab)’도 내년부터 신설한다.
청년 희망사다리는 정부가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각종 사업을 일컫는다. 기존의 청년정책을 보완하고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최근 3개월간 20차례 넘는 청년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개선 정책 역시 지난 4월 간담회에서 건의된 내용이다. 당시 한 참가자는 “정부의 청년정책이 일반적인 임금근로자에 편중된 감이 있는데 다양한 일자리 형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간담회에서 나온 건의들을 토대로 지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청년 희망사다리 강화 방안의 대략적인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