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이에 따른 내수부진으로 중국의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6.2%에 그쳤다. 중국이 분기별 성장률을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치다. 하반기에는 경기상황이 더 어려워지면서 중국이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바오류(保六·6% 이상)’가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5일 올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등이 사전 집계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1·4분기와 비교하면 0.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마오성융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경기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많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시장 활력이 점점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4분기 6.8%에서 4·4분기 6.4%까지 꾸준히 하락한 데 이어 올 1·4분기에는 전 분기와 같은 6.4%를 기록하면서 하락 추세가 잠시 멈추는 듯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부양책의 효과로 경기가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졌다. 중국 정부는 줄곧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2·4분기에 다시 경기 둔화 추세가 확인되면서 당국이 제시해온 경제 전망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날 공개된 성장률은 중국이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 경제가 가장 어려움을 겪던 2009년 1·4분기 성장률(6.4%)을 밑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3월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지난해의 ‘6.5%가량’보다 낮은 ‘6.0~6.5%’로 잡았다. 그러면서 2조1,000억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위안 규모의 감세로 경기 둔화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부양책에도 경기 둔화 속도가 한층 가팔라짐에 따라 중국 정부가 향후 추가 부양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는 일단 10년 전 금융위기 때와 같은 대대적인 부양책은 삼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바오류’가 깨지는 상황이 되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6% 성장률은 중국이 일자리 창출 등 사회안정과 함께 중산층 수준을 의미하는 ‘샤오캉(小康)사회’ 실현을 위해 적어도 내년까지는 유지하겠다는 목표치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긴급처방으로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나 기준금리 인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추가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더욱 악화할 경우 중국 정부는 다양한 통화·재정정책을 활용해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한 데 따른 악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하반기 경기지표는 한층 악화할 수 있다. 미국은 5월부터 추가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도 이에 맞서 600억달러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6월 수출과 수입은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3%, 7.3% 줄었고 2·4분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1·4분기(6.5%)보다 0.9%포인트 하락한 5.6%에 그쳤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15.2%나 줄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날 발표된 중국의 GDP 수치를 언급하며 “미국의 관세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것이 중국이 미국과 협상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외의 연구기관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 한해 경제성장률을 6.2%, 내년은 6.0%로 각각 제시했다. 중국 인민대학은 6.1%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팅루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감세정책이 중국인들 심리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지 않다”며 “중국 경제의 변동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