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 임지현씨/사진=임지현 인스타그램
‘호박즙 곰팡이’ 파문을 시작으로 고객 응대 및 제품 안전성 뿐 아니라 한여름 더위에 판매하는 화장품을 방치했다는 전 직원의 폭로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임블리 측이 ‘인스타그램 안티 계정을 폐쇄하고 관련 게시글을 삭제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각하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최근 화장품·의류 브랜드 임블리를 보유한 부건에프엔씨가 인스타그램 안티계정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본 재판 전에 소송요건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법원이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것을 뜻한다.
법원은 이와 함께 회사 측의 ‘임직원에 대한 글을 올리기 위해 SNS 계정을 개설하거나, 글을 올리거나, 개인 간 메세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신청에 대해서도 기각했다.
임블리 안티 계정인 ‘임블리쏘리’ 계정을 운영해온 A씨는 법원의 판결 내용을 전달하면서 “정의는 살아있다. 기쁜 소식을 전하게 돼서 저도 기쁘다”며 “소비자들의 억울한 일이 많은데도 말도 안되는 기업의 사후처리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들이 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임블리 임지현씨/사진=임지현 인스타그램
이번 파문은 지난 4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임블리가 판매했던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온라인상에는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안티 계정이 생기는 등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안티 계정에 임블리 제품을 쓰다가 피해를 본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공유하고 비판에 나섰다. 이후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5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유포돼 영업권과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안티 계정을 폐쇄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남부지법에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임블리 측의 주장에 대해 최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안티계정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재 계정이 인스타그램 이용 약관 위반을 사유로 운영자로부터 비활성화 조치를 당했다”며 “이 사건 계정의 폐쇄와 게시글 삭제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결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임블리 측이 ‘안티 계정 운영자가 다른 SNS 계정을 새롭게 만들지 못하게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부건에프엔씨는 자신의 영업권과 인격권을 피보전권리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는 피신청인이 부건에프엔씨 임직원과 관련된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기 위해 SNS 계정을 개설하는 행위,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행위, 인스타그램 디엠을 비롯한 개인 메세지를 보내는 행위를 금지하는 권원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소비자의 기본권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에 있어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임블리 임지현씨/사진=임지현 인스타그램
한편 부건에프엔씨 측은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해당 계정의 무책임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일반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돼 안타깝다”며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이 폐쇄되지 않았다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임지현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임블리’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남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와 함께 의류 브랜드 ‘멋남’, ‘임블리’,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 등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임블리 쇼핑몰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생겼다는 소비자 항의를 묵과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SNS를 통해 임블리 제품 카피 의혹 등 폭로 글이 연달아 올라오며 비판이 거세졌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