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맞붙나…美 "中에 관세 부과 가능"

WTO 상계관세분쟁 中승소에
트럼프 "농산물 구입 약속 지켜야"
中은 美국채 매각하며 견제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오사카에서 만나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시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언급하며 미중 충돌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이 지난달 말 ‘휴전’에 합의하면서 약속했던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이 불만을 터뜨리는 가운데 중국은 미 국채를 팔아치우면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관세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도 “우리가 원한다면 3,25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협상 재개를 위해 대화하고 있지만 나는 중국이 전에 합의했던 약속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산 제품 전시회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언급하며 “나는 한때 그가 좋은 친구라고 말하곤 했다”면서 “아마도 이제는 그렇게 가깝지 않다”고 중국에 대한 불만을 내비친 바 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계속되는데도 중국이 미 농산물을 더 많이 사들이기 시작하겠다는 기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좌절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말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추가 관세부과 중단과 협상 재개를 합의했으나, 양측은 한차례 고위급 전화통화를 했을 뿐 아직 구체적인인 대면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발언은 세계무역기구(WTO)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중국이 미국과 벌인 상계관세 분쟁에서 중국 손을 들어준 가운데 나온 것이다. WTO 상소기구는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이 WTO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지 않았으며, WTO 규정을 어긴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중국은 지난 2012년 미국이 태양광·종이·철강 등 22개 품목에 반덤핑·반보조금 상계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해 총 73억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봤다며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17일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은 최근 수년간 중국 상품에 반보조금 조치를 남용해 중국 상품의 정상적인 미국 수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다. 미국은 즉각 중국 상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 과정에서 생긴 잘못을 바로잡기를 촉구한다”면서 공세에 나섰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미 국채를 계속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5월 국제자본수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은 1조1,101억달러로 4월에 비해 28억달러 감소했다. 중국은 3개월 연속 미 국채를 순매도하고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