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살롱] ‘토착왜구’라는 말, 쓰면 안 되나요?

‘토착왜구’라는 단어 적절성 두고 논란
“일본인 멸칭 단어” vs “역사적 맥락 고려해야”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쓰인 댓글들

한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인터넷에서 ‘토착왜구’라는 단어를 놓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토착왜구’는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는 한국인’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이는 단어다. 지난 3월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이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들이 분열됐다”라고 발언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논평하면서 공식 석상에서 ‘토착왜구’라는 말을 써 주목 받은 적이 있지만, 일상 생활보다는 인터넷과 SNS상에서 더 흔히 쓰인다.


‘토착왜구’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한 언론에서는 일제강점기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태현 선생이 정암사고에서 쓴 ‘토왜(土倭)’라는 말이 기원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이태현 선생이 처음 썼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며 당시에 ‘일본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토왜’라는 말이 이미 널리 쓰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 씨는 ‘토왜’가 현대식으로 변한 말이 ‘토착왜구’라고 주장했다.
전우용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토착왜구’의 유래에 대해 설명한 글. 현재는 신고를 받아 삭제된 상태다. /전우용 씨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토착왜구’라는 말에 대한 네티즌들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한 네티즌은 ‘토착왜구’라는 말엔 일본인을 향한 비하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왜(倭)’라는 말 자체가 일본인을 낮춰 부르는 의미인 만큼 ‘토착왜구’는 인종주의적 단어라는 것이다. 실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왜(倭)’는 ‘일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정의돼 있다. ‘토착왜구’라는 말이 ‘조센징’, ‘전라디언’ 등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단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토착왜구’라는 말을 사용하는 맥락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 네티즌은 ‘토착왜구’라는 말이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을 몰아붙일 때 사용된다고 꼬집었다.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 말이 건전한 토론보단 상대의 발언권 자체를 묵살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왜(倭)’는 과거에 일본이 정식 국호를 사용하기 전 스스로를 칭할 때 쓰던 말이기 때문에 일본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토착왜구’라는 표현이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역사적 맥락에 비춰봤을 때 약자들이나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단어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어느 네티즌은 ‘토왜’라는 말이 ‘친일파’나 ‘민족 배반자’라는 말보다 정치적인 효과가 큰 것 같다며 이 말이 유용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우용 씨가 ‘토착왜구’의 기원에 관해 올린 글이 페이스북 측으로부터 삭제됐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자 이에 달린 트윗들. /트위터 캡처

한편 17일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일관계 해결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미국이 한일 양국 갈등에 외교적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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