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에칭가스)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준다’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적에 대해 “품질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공정마다 불화수소의 분자 크기나 순도가 다 다른데 아직 국내 업체는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박 장관이 제주포럼 주제강연을 통해 “중소기업을 만나 물어보니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이 사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최 회장이 솔직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가 단기에 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차츰 국산화가 가능하겠지만 국산 제품이 이른 시일 내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를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와 관련해) 일본에 가야만 하는 일이 생기면 당연히 갈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 소재 기업에) 도울 게 있으면 돕고 도움받을 일이 있으면 받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기업과) 상생의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그렇게 정상화를 하나씩 해나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오너로서 소재 수급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 업체가 만든 에칭가스를 고난도 반도체 공정에 투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해외 업체로의 소재 공급선 다변화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거래를 하는 국내 기업의 제품을 더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셈이다.
최 회장은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책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천천히 하나씩 (문제를)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앞서 제주포럼의 주제강연을 통해 “SK뿐만 아니라 서구의 많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바스프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의 설명에 박 장관은 페이스북에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박 장관은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제주=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