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지면서 최근 회복세를 보인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서 예고됐었고 정부의 전례 없는 고강도 대출규제가 유지되고 있어 단기간에 급등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의 가격 회복세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가격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회복세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서울경제 부동산 펠로(자문단)인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금리가 낮아지면 유동성이 늘어나 자금이 주식이나 현물시장으로 움직인다”며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주식보다는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 회장은 이어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대출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리가 떨어지게 되면 부담이 감소해 결국 대출은 늘어날 것”이라며 “잠재 매수자들이 이번 금리 인하로 대출을 받아 매수세력으로 돌아서면 부동산 가격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도 “부동산 보유자의 이자 부담이 낮아져 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부동산 시장은 보합에서 강보합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간에 부동산 시장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의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서경 부동산 펠로) 건설산업연구원장은 “시장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고, 대출 총량규제도 시행 중”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보다 규제가 훨씬 더 많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간다고 큰 파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역시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 진작 효과가 있지만,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너무 강력해 금리 인하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고 언급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도 “정상적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가 가격에 바로 영향을 미칠 텐데 현재는 정부가 대출을 억제하고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하는 추가 부동산 대책 마련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민간택지로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안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예고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의 상승 폭은 축소됐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랐다. 3주 연속 상승세지만 지난주(0.02%)보다 상승 폭은 줄었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규제 약발이 약해질 수 있는 만큼 추가 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 예상되는 대책은 대출규제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무주택자에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에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고가 아파트 기준이 9억원에서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특정지역에 대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할 방안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동훈·진동영·권혁준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