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업에서 금융업·통신업까지 도전을 거듭하다 유무선 종합통신 기업을 키워낸 인물이 있다. 바로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이다. 그는 1982년 젊은 시절 명동에서 채권을 할인 구매해 되파는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 실패해 한순간에 빚더미에 앉고 만다. 기회를 노리다 회사채 매매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 몰린 동아증권을 인수했다. 세종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1년 만에 업계 10위로 올라섰다. 2007년 기간통신 사업자로 변신한 회사는 2011년 온세텔레콤을 인수한 후 현재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신간 ‘김형진의 공부경영’은 김 회장의 37년 사업 인생과 경영 철학을 담은 에세이다. 중졸 학력으로 사업을 시작해 매출 2,000억 원 기업을 일군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이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미래를 만든다’는 경영 비전을 설명한다.
그는 특히 1999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돼 91일간 구치소에 수감됐던 경험 이후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고 말한다. 무허가 채권 거래 행위에 대해 증권거래법을 적용해 처벌한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명동에서 무허가 채권 거래는 별다른 단속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고통받은 1987년 외환위기를 기회 삼아 530억 원이라는 큰돈을 벌었다는 데 대해 여론의 시선은 따가웠다. 분명한 불법 행위였지만 그는 일종의 ‘괘씸죄’라고 생각했다. 억울함을 다스리기 위해 사마천의 ‘사기’ 등 고전을 읽었고, 자신이 돈벌이에만 몰두하고 사회에 돌려줄 생각을 하지 못했던 탓이라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후로 그는 공리주의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사회와 개인 모두에게 이로울 것, 김 회장이 생각하는 기업의 존재 목적이다.
세종그룹과 세종텔레콤은 2020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무선·유선·전기공사·블록체인·커머스·ICT솔루션 등 6개 부문에서 사업 모델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는 잠시도 쉴 수가 없다. 끊임없이 자기 변신을 꾀해야 살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끝없이 들끓는다”며 만 60세의 나이에도 변화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고 있다. 1만5,8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