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화제가 돼 곳곳에서 쓰이고 있는 일제 불매운동의 상징 로고 이미지 /김용길 씨 제작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NO, 보이콧 재팬.”
일제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9일 오전 기준 일본 맥주 판매량은 주요 편의점에서 20% 줄었다. 유니클로의 매출은 평소보다 30% 가까이 빠졌다. 회원 수 133만 명의 국내 최대 일본여행 카페는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일본 제품을 알려주고 대체 한국 상품을 추천해주는 ‘노노재팬’이라는 사이트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큰 관심이 이어졌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54.6%)의 국민이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향후 참여 의향을 밝힌 사람도 10명 중 7명에 이른다. 불매운동 초반부터 눈에 띄는 그림 하나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사람이 있다. 바로 ‘NO, 보이콧 재팬’ 로고 이미지를 처음 만들어 배포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용길 씨다. 그는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indy’라는 아이디로 활동한다.
지난 3일 김 씨는 클리앙에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화제가 된 로고 이미지를 업로드 했다. 그는 “디자인이 별로일 수 있습니다. 네 시간 고민하고 그렸습니다”라며 “퍼가셔도 무방하다”고 했다. 현재 그가 만든 원조 로고는 여러 패러디를 거쳐 현재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메세지의 선명성을 극대화한 단순한 디자인은 국내 불매운동 여론 확산에 구심점 역할을 했다. 서울경제는 김 씨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로고 기획 과정과 소감, 생각들을 물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단 확대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서울겨레하나 회원들이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베정권의 ‘배상거부, 경제보복, 주권침해’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용길 씨의 로고 디자인을 응용해 손피켓을 만든 모습. / 연합뉴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에 있는 모 콘텐츠 제작사에 근무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 김용길이라고 합니다.
Q. 원래 그래픽과 디자인 쪽 일을 하셨던 분이셨군요?
-네, 본업이 그래픽 디자이너고요. 캐릭터, 로고, 심볼 등의 디자인 기획과 개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로고 만들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신 건가요?
-커뮤니티에서 일제 불매운동 움직임이 막 시작될 때였어요. 커뮤니티 회원들이나 시민들의 불매 의지를 모을 수 있는 심볼(상징)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기획하게 된 거죠.
Q. 로고 만드실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단순하고 강한 이미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강요보다는 참여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만들게 됐죠.
김용길 씨의 로고를 응용해 만든 패러디물
1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등장한 ‘No’ 로고. / 연합뉴스
Q. 아시다시피 로고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예상하셨나요?
-이 정도 반응을 예상했다기보다는…이 이미지가 인터넷 상에서 많이 보여진다면 불매운동에 관해 국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 취지에 맞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두루 잘 쓰여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얼마 전 일본인들 커뮤니티에서 “즉흥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 만든 그래픽”이라며 한국인들 불매운동 사전 준비설까지 등장했는데 알고 계셨나요?
-디자인 작업 전에 아이디어를 구상해야 하니까 사전 준비를 어느 정도 한 것은 맞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일본인들이 제 로고에 대해 칭찬을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의 불매운동 여론을 폄훼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이번 불매운동이 더 크게 번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이번 불매운동의 초점이 일본 제품 구매 거부와 여행 자제로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문제 때문에라도 일본 여행 자제는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사능 피폭 여행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나요.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출하려다 WTO에서 패소하고도 인정하지 않고 있고요. 후쿠시마 근방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먹고 응원하자고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문제 아니고서라도 그간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역시 이웃이 될 수 없는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Q. 아베 총리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후쿠시마산 복숭아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Q. 불매운동에 대한 추가 활동 계획이 혹시 있으시나요?
-여건이 되면 뭔가 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