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직원들 박영선 장관에 개성공단 구두 선물한 까닭은

품질·디자인 인정받았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피해 커져
남북경협 뛰어달라 의미로
취임 100일 기념식서 전달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난 17일 대전청사에서 직원들에게 선물받은 수제화를 들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부

“남북경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개성공단을 가게 되면 꼭 이 구두를 신고 가겠습니다.”

지난 17일 중소벤처기업부 대전청사 대회의실. 이정동 교수가 쓴 ‘축적의 길’를 주제로 진행한 북 콘서트를 마친 200여명의 중기부 직원들이 조촐하게 박 장관 취임 100일 기념식을 열었다.

깜짝 행사로 취임 100일 기념 떡케이크를 준비한 직원들은 구두 한 켤레를 박 장관에게 선물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평화유통에서 생산한 구두다. 평화유통은 2006년 개성공단에 구두공장인 평화제화를 설립했다. 2016년 개성공단이 문을 닫기까지 520여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연간 100만 켤레의 신발을 생산했다.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았다. 직원을 대표해 박 장관에게 신발을 건넨 김영환 중기부 노조위원장은 “한반도에 평화의 온기가 남북경협으로 이어지도록 한반도 방방곡곡을 열심히 뛰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구두는 박 장관과 중기부 직원 모두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중기부는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될 당시 중소기업청이었다. 진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개성공단 기업들의 곁에서 가장 밀접하게 움직였던 기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부로 승격돼 대표적인 경제 부처가 됐다.

남북경협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바람과 무게는 전직과 현직 모두 다를 게 없다. 이우영 초대 중기청장은 박 장관 취임 100일에 맞춰 이달 초 중기부에 전시해달라고 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백두산 천지 사진 한 점을 기증했다. 이 작품은 국전 입선 사진작가인 송암 이원택 작가의 사진이다. 이우영 전 청장은 작품과 함께 보낸 손편지에서 “제가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중기부에 기증해 많은 직원들이 먼 훗날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면서 감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19일 일본에서 개성공단 기업이 9번에 걸친 신청 만에 방북이 승인됐다는 소식을 듣고 “늦었지만 개성공단 중소기업인의 가냘픈 희망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함께 기뻐했다.

박 장관에게도 ‘구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8일 대전에서 취임식을 시작으로 취임 100일 동안 공식행사(중기부 공개)만 101개 일정을 소화했다. 7월 3일의 경우 당정협의,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브리핑,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한상공회의소 업무협약, 엔젤파트너스 발대식 등 하루에만 6개에 달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빽빽하게 찬 일정을 놓고 중기부 직원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발로 뛰는 박 장관에게 가장 어울리는 선물로 구두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박 장관은 이날 직원들에게 “제가 강한 어조를 말을 할 때는 항상 누군가에게 진다는 생각일 들 때였던 것 같다”며 “중기부가 청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느껴질 때 더욱 그랬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중기부 위상에 맞게) 더욱 열심히 잘해보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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