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조인에셋글로벌자산운용 운용대표
하반기를 맞이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주식시장의 상승동력이 무역협상과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변화였던 반면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을 움직일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역협상 이슈는 양국의 견해차가 크고 단기적으로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이어서 단기 해결보다는 장기화할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1년4개월을 넘어가면서 시장이 무역협상 이슈에 내성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이슈는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발표돼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지표를 비롯한 소비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미국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속도 조절로 상승 강도는 낮은 편이다. 중국 증시는 무역협상 변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무역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지난 6월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4분기 경제성장률도 6.2%로 통계발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7월 상하이지수는 3.7%의 하락세를 보였다.
무역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하반기 글로벌 경제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고 보호무역 강화로 증시 상승 모멘텀도 낮은 상황이다. 동일한 여건에서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실적 차별화와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개월간은 2·4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러시를 이루는 어닝시즌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모멘텀은 경기 변수에서 기업실적 변수로 전환될 것이다.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실력에 따라 투자 성과도 달라질 것이다. 기업실적 시즌에 성공적인 투자에 필요한 관점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기업실적은 상반기 정부 정책의 결과에 의존하게 된다. 미국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를 금리 인하로, 정책 변화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고율관세로 수입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를 통해 소비 여력을 높여주는 것이 경기둔화 방어에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지난해 말 2.7%대였던 국고채 10년 금리가 2% 내외로 낮아짐에 따라 미국 소비경기는 호조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의 고율관세에 대응해 유동성 공급과 감세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소비재 기업의 부양 효과를 보였다. 또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인프라 투자 확대에 주력하면서 부동산과 소재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둘째, 기업실적은 혁신능력과 제품 경쟁력의 영향을 받는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경쟁력에 따른 실적 증가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다. 다만 산업 형성 초기 국면이기 때문에 실적 증가보다 주가 상승이 과도하게 이뤄져 실적 시즌에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 정책에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산업이 있다. 미국은 내년 선거에 대비해, 중국은 전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해 약가 인하를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약가 인하 정책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실적 둔화로 나타나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수요 증가가 나타날 수 있기만 주식시장은 단기적인 실적에 반영하게 된다.
2·4분기 실적에 따라 주가가 반응하는 국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어닝시즌에 한발 앞선 투자전략이 성공전략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