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에 맞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위안부 등 항일 역사를 알리는 데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달 초 이후 모금을 시작한 항일 관련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일반인들이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목표 금액을 모으는 데 성공하면 참여자에게 상품이 제공되거나 상장 후 주식으로 환원해주는 식이다.
항일 관련 프로젝트의 경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배급·마케팅 비용을 모금한 뒤 상영하는 경우가 돋보였다. 영화 ‘김복동’은 지난 16일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 이틀 만에 목표금액 1,000만원을 모두 모았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올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에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배우 정우성·김의성 등이 참여해 홍보가 된 것도 있었지만 반일 기조 속에서 일반 시민들이 적극 참여한 점도 모금의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우익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 개봉 프로젝트 역시 반일 기류를 업고 3,000만원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5월부터 모금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모금액이 늘어난 것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이달 초부터였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피규어를 제작하는 프로젝트 ‘나는 전설이다’도 개설과 동시에 목표금액인 250만원을 달성했다.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김상옥 의사를 피규어로 제작하는 활동으로 모금을 시작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가 똑똑한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의 한 관계자는 “반일 감정이 있기 전에도 위안부나 독도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용자들이 많았다”며 “최근 반일 감정이 높아지는 시기와 맞물려 관련 프로젝트들이 빠른 속도로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액으로 뜻깊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 ‘김복동’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사람 중 400여명은 1만원, 2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