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시상식에서 쑨양(왼쪽)이 던컨 스콧(오른쪽)에게 위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수영영웅 쑨양(28)이 24일 세계수영선수권 3관왕에 도전한다. 오후8시2분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시작되는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남자 800m 자유형 결선에서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8위 기록으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턱걸이했지만 메달 가능성은 있다. 400m 자유형에서 대회 4연패를 달성하고 200m 자유형에서 1위 선수의 실격으로 2연패를 이루는 등 흐름이 워낙 좋다.
이번 대회 쑨양이 출전하는 경기는 경기 말고도 시상식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400m 은메달 맥 호턴(호주)이 기념촬영 때 쑨양과 시상대에 함께 서는 것을 거부했고 지난 23일 밤에는 200m 시상식에서 던컨 스콧(영국)이 똑같이 쑨양을 멀리했다. 쑨양은 지난해 도핑검사관 앞에서 혈액 샘플을 망치로 부수고도 FINA로부터 경고만 받았다. 2014년 도핑 양성반응 때는 3개월 자격정지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상당수 선수들이 쑨양의 이번 대회 참가 자체를 불쾌해한다. 24일 쑨양이 메달을 딴다면 시상대에서 세 번째 ‘쑨양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장 취재 중인 뉴욕타임스의 캐런 크루스 기자는 24일 “모든 스포츠 종목에는 ‘빌런(악당)’이 필요한 법인데 이번 대회 쑨양이 그런 존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퍼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악당처럼 홀로 연합군에 맞서면서 따돌림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릴리 킹은 “(호턴이 시상식 기념촬영을 거부한 날) 저녁 선수식당에서 200여명의 선수가 호턴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했다. 영국의 애덤 피티는 “스콧은 옳은 행동을 했다”며 “사람들이 쑨양에게 야유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수영을 계속해야 할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쑨양 경기 때면 중국 측의 응원 소리가 경기장에 가득했지만 종목이 거듭될수록 다른 나라 관중 사이에서 야유가 커지고 있다.
쑨양은 도핑 회피 논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노력과 실력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식의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23일 시상식에서는 자신을 무시하는 스콧을 향해 위협적으로 소리치기도 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는 “너는 패배자이고 나는 승자(You loser, I’m winning, yes!)”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은 대응하지 않고 묘한 미소만 띠었다. 스콧은 BBC 인터뷰에서 “쑨양이 우리 종목을 무시하는데 왜 우리가 쑨양을 존중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광주=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