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심 규제 그대로인데 지역특구 제대로 되겠나

정부가 24일 규제자유특구 7곳을 지정했다. 승인된 특구계획은 강원의 디지털헬스케어, 부산의 블록체인, 대구의 스마트웰니스, 세종의 자율주행 사업 등이다. 규제자유특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신기술에 기반을 둔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규제들을 패키지로 완화해주는 제도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샌드박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지역 내에서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신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특구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관련 규제 58건도 풀고 세제지원도 하기로 했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활발하게 창업하고 자유롭게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반갑다. 정부 목표처럼 새로운 사업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특구가 혁신의 실험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핵심 규제, 낡은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카풀·숙박 등 공유경제와 데이터·원격의료 등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이른바 ‘개·망·신법’과 농어촌정비법 등에 가로막혀 있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빈집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숙박공유 스타트업 ‘다자요’가 26년 전 만들어진 농어촌민박업 규정 때문에 사업을 접었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는 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안 된다는 칸막이식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의 명분을 내세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규제 특구에서 제외했다. 최대 테스트베드(시험환경) 지역이자 신산업 관련 기업들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배제하고 제대로 된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이 가능하겠는가. 규제특구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려면 수도권 규제와 같은 핵심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말한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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