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의 여러 부위가 무질서하고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 환자가 원인 부위를 제대로 치료하면 인지기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난청이라면 보청기를 끼거나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등 적극적인 청각재활을 해야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의 박희남·김태훈·진무년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의 김어수 교수팀이 심방세동으로 전극도자절제술 또는 약물치료 환자를 비교해보니 전극도자절제술이 인지기능 향상·유지에 더 효과적이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심장 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부위를 찾아 고주파 전류로 절제해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치료를 받기 전 경도인지장애 선별검사에서 동등한 평균 점수( 25.4점)를 받은 308명과 50명의 치료 3개월·1년 뒤 점수는 전극도자절제술군이 26.6점, 26.5점으로 1회 차 및 약물치료군 2·3회 차(25.2점, 24.8점)보다 높았다. 특히 단기 기억력과 어휘력 분야에서 인지기능 점수가 의미 있게 높았다. 치료 1년 후 인지기능이 악화하는 비율은 전극도자절제술군이 5.3%로 약물치료군(10%)의 절반 수준이었다.
선별검사에는 시공간 인지력, 어휘력, 단기 기억력, 주의력 등을 평가하는 ‘몬트리올 인지기능검사(MoCA)’를 활용했다. 총 30점이 만점인데 23점 이상이면 정상, 22점 이하면 경도인지장애로 분류한다.
김태훈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이 약물치료보다 정상적인 심장박동 리듬을 되찾고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우수해 원활한 뇌혈류 및 뇌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도 “인지기능장애를 보였던 심방세동 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했더니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향상됐다”며 “향후 조기 치매 및 인지기능 저하 환자 중 심방세동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될 경우 전극도자절제술을 우선 시행하는 게 표준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문영 중앙대병원·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묵인희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교수팀은 난청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세포 수준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장 교수팀이 뇌 신경세포에 플라크를 축적시켜 알츠하이머병과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을 난청 쥐와 정상청력 쥐에 소량 투여했더니 난청 쥐만 인지기능이 30~85% 떨어졌다. 뇌에서 학습·기억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신경세포 간에 신호(도파민·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를 주고받는 시냅스 수치도 30~40% 낮았다.
장 교수는 “난청이 해마의 시냅스를 뇌 손상에 더 취약하게 만들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1이 난청을 호소하지만 11%만 보청기를 착용한다”며 “보청기·인공와우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청각재활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인자인 난청과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