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일인 전날 15만1,262명을 불러모으며 ‘라이온 킹’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직접 만들었다는 기존의 정설이 아니라 승려 신미와 함께 손잡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가설을 다뤘다.
영화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전제했다. 조철현 감독은 지난 15일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자막을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신미 스님의 존재는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 많은 책과 논문, 동영상 등 신미의 행적을 찾아 탐방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 공개 이후 일부 관객들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폄훼했다’ ‘영화라는 매체의 힘을 고려할 때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은 지켜야 한다’ 등과 같은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나랏말싸미’와 관련한 강의 영상을 찍었던 유명 한국사 강사 이다지씨는 관련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영화는 재미있는 상상력을 만들어진 것이지만, 저는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삭제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