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축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스마트 축산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축산물 소비가 늘면서 국민 먹거리 공급원으로서 축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축산업은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 2000년 8조원이던 연간 생산액은 2017년 2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소비 증가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큰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괄목할 만한 성장의 이면에는 악취, AI와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질병 등 사회적으로 부담이 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축산분야 악취는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귀농, 귀촌 인구가 늘어나면서 축산 악취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취와 질병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동시에 축산악취와 질병 대응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축산업의 근본적인 틀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 축사시설 현대화, 가축분뇨 처리시설 지원, 축산시설 기준강화 등 다각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고 일부 성과도 달성했다. 그러나 악취민원 빈발지역이나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지역의 경우 고령·영세 농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개별 농가단위의 접근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축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때다.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축산단지’다. 스마트 축산단지는 일단의 스마트 축사들이 모인 곳이다. 스마트 축사란 각종 ICT 장비를 활용해 온도·습도, 악취 등을 자동 조절하고 가축사육 상태를 측정해 현장을 진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첨단화된 사육시설을 말한다. 적정량의 사료와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가축의 건강상태와 질병을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농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외부차량의 출입도 제한한다. 스마트 축산단지에는 소규모 축산 농가들이 입주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악취 문제도 줄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올해 축산단지 조성지역으로 경북 울진(한우), 강원 강릉(돼지), 충남 당진(젖소) 세 곳을 선정했으며 앞으로 사업성과를 면밀히 검토해 다른 지역에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독자생존이 가능한 중대규모 농가의 스마트화, 스마트 축사에서 수집된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플랫폼 구축, 연관산업 육성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축산 중장기 발전방안’을 하반기에 마련할 예정이다. 스마트 축산은 악취와 질병문제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축산업의 미래상이 될 것이다. 축산업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환경친화적인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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