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북 구미 컨벤션센터인 구미코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서 신학철(가운데)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LG화학(051910)이 구미시와 손잡고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밝히며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또 다른 상생 모델이 탄생했다. 올 초 광주시와 현대차 간 대타협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등 지자체와 기업 간 상생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구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협약 체결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세용 구미시장 등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핵심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국가적 과제인 지금 구미형 일자리 협약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바라는 산업계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본 수출 규제 등 우리 경제의 대내외적 조건이 어려운 이때 구미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경제활력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구미형 일자리가 상생형 일자리의 또 다른 모델이 돼 제2, 제3의 구미형 일자리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구미형 일자리가 광주형 일자리와 함께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와 신규투자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협약식 환담자리에서 신 부회장에게 “단순히 해외에서 국내로 발길을 돌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LG화학에 제시한 조건이 무척 좋았음에도 국내 투자를 선택해줬다. 소재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때 이런 결정을 내려줘 우리 국민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이번 협약으로 구미시 국가산업 5단지 내 6만여㎡ 부지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직간접적으로 1,0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는 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꼽히며 배터리 원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올해 116GWh에서 2025년에는 569GWh까지 급증하며 양극재 시장 또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LG화학은 구미 공장 외에도 기존 2만5,000톤 규모의 청주공장 생산능력도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신설 공장은 내년 중 착공을 시작해 투자가 완료되는 2024년 이후부터 매년 약 6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양극재 6만톤은 한번 충전 후 380㎞ 이상이 주행 가능한 고성능 순수 전기차(EV) 5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 측은 기존 청주·익산에 이어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함으로써 배터리 핵심 원재료 내부 수급 비중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외에 원가 경쟁력 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이 배터리 고객사를 대거 확보한 만큼 구미 양극재 공장은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꾸준한 가동률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LG화학은 기존 청주공장 외에 중국·폴란드·미국 등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올 상반기 SNE리서치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2.8%로 CATL, 파나소닉, BYD에 이어 4위 규모를 자랑한다. 배터리 공급사만 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포드 등 13개사에 달하며 누적 수주 잔액은 지난 3월 말 110조원을 돌파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점유율 확대에 한층 고삐를 죄고 있다. LG화학 측은 현재 추이대로라면 배터리사업본부 매출이 지난해 6조5,000억원 수준에서 2024년에는 31조6,000억원까지 대폭 늘 것이라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북 구미 컨벤션센터인 구미코에서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 후 신학철(왼쪽)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등과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학철 부회장, 장세용 구미시장, 문 대통령,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동의 한국노총 구미지부장. /연합뉴스
구미 배터리 공장 건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의 하나인 ‘구미형 일자리’의 첫 번째 사업 모델이다. 구미형 일자리는 일자리 창출 및 첨단 소재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며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행정 및 재정적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양극재 공장이 들어서는 국가산업 5단지를 ‘첨단 소재부품 국산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지역대학에는 전문학과를 신설해 관련 업체의 연구개발(R&D) 분야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은 “이번 구미 투자를 시작으로 핵심소재 내재화를 통한 국산화율 제고에 박차를 가해 전지 분야의 사업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겠다”며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철민·양지윤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