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기대 수익률보다 좋은 성과를 얻고자 하는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최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올해 글로벌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 곧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비관론자들의 입장을 살펴보는 것 또한 현명한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소비 호조, 중국의 경기 회복, 중앙은행의 완화적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올해 경기침체가 일어날 확률은 객관적으로 낮아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 경제 비관론자들의 의견이 틀린 것은 아니므로 이 또한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가정과 관련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우선 미국의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한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지난 2008년 위기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부채부담 비율이 높은 미국 소비자로부터 차기 경기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은 없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통계상 실제 우려할 만한 요인은 크게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학자금 대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그 자체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과도한 기업 부채로 인한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다. 미국 기업 부문의 부채 통계는 다소 염려스러운 상황이나 실질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500 내 부채부담이 가장 큰 부동산과 유틸리티 부문은 일반적으로 부채 상환을 위한 현금 창출력이 매우 높다. 물론 금리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일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나 이것이 시스템적인 문제가 되려면 소수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미국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 전반에 다수의 디폴트를 촉발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는 현재로서는 지나친 상상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미국의 과도한 정부 부채로 인한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다. 과거 미국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의 상환 능력, 부채의 지속성 및 미래 세대에 전가되는 부담 정도 등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진행된 적이 있다. 미국이 세계 기축통화로 돈을 빌려 얻는 혜택도 분명 많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전 세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가정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한 이상 부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볼 만한 이유는 전혀 없다. 이러한 가정은 정부의 추가 감세 실시 및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서서히 달라질 수 있으며 금리 급등으로 인해 부채 상환 비용이 높아질 경우 더 급속히 바뀔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체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다.
향후 경기침체가 급격하고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면 앞서 언급한 요인들보다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헤지펀드의 몰락, 특정 부문에서의 유동성 증발에 따른 광범위한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이버 공격 등과 같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요인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리스크는 사전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투자자의 위험 감수 자체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는 세계 경제의 극단적 침체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는 없겠지만 언제나 신중한 투자자세를 견지하는 것과 함께 합리적으로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