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 특수공작비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등에 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가정보원 간부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보석으로 석방됐던 이들은 이날 실형 선고로 법정에서 구속됐다.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대북 업무 목적으로만 써야 할 대북공작금 10억원가량을 김대중 전 대통령 등과 관련한 비위 정보 수집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미국에 감춰져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데이비드슨’이라는 작전명을 붙여 뒷조사에 나섰고 국세청 등에도 공작비와 뇌물 등으로 5억원을 건넸다. 이들은 또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8,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의혹은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체가 없는 풍문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국정원 ‘안가’ 외 별도 스위트룸을 빌리는 데 28억원의 공작금을 쓴 혐의도 받았다. 이 스위트룸은 사실상 원세훈 전 원장의 사적 용도로 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특수활동비 불법 유용 혐의를 인정하면서 국고손실죄가 아닌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은 부하 직원의 반대도 무시하고 적극적으로 위법행위를 지시했다”며 “김 전 국장은 자신이 추진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 주장하고 납득 어려운 변명만 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