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펜서하우스로 가장 오래된 타운하우스 중 하나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
외국에서도 대개의 타운하우스는 부유층을 위한 공간이다. 다른 형태의 공동주택보다 사생활을 잘 보호할 수 있는데다 방범이나 방재 관리에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타운하우스는 근대 초기 영국에서 귀족들이 교외주택과는 별도로 도시에 마련한 주택에서 유래했다. 당시 귀족들은 시골에 넓은 땅과 저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도시에서도 일시적으로 거주할 공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런던과 같은 대도시는 공간이 제한적이어서 오늘날의 아파트처럼 높고 협소한 집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대안이 바로 타운하우스다.
오늘날 타운하우스는 북미 지역과 호주 등에서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단독주택 수가 1만6,000여채 감소하는 동안 시드니에서만 타운하우스 4만7,000채가 신축됐을 정도다. 고급 단독주택을 감당하기는 어렵지만 아파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타운하우스가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배우 엠마 스톤. 스톤이 거주한 뉴욕 맨해튼의 타운하우스는 2년 전 매매가가 약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부유층을 중심으로 타운하우스가 발달한 대표적 국가다. 미국의 대도시나 교외 지역에는 전문직 고소득자나 성공한 은퇴자들이 모여 사는 고급 타운하우스가 적지 않다. 특히 집값이 비싼 대도시에서는 타운하우스 매매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현재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운하우스 평균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 오른 700만달러(약 82억6,000만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타운하우스는 특히 사생활이 비교적 잘 보호된다는 점에서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맨해튼 첼시에 위치한 그리스 고전 양식의 고급 타운하우스는 영화 ‘라라랜드’의 여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 엠마 스톤을 비롯해 영화배우 글렌 클로즈, 록가수 겸 배우인 코트니 러브 등 수많은 스타가 거주한 곳으로 유명하다. 1800년대에 지어진 이곳은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 중 하나로 2년 전 매물로 나왔을 당시 가격은 1,975만달러(약 233억원)였지만 한때 2,100만달러대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거친 후 현재는 5개의 가구로 나뉘어 임대 중이다.
특히 도심 속에서도 조용한 지역에 위치한 타운하우스는 세계적인 거부들이 눈독을 들이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타운하우스 한 채 가격이 9,000만달러 (약 1,060억원)에 거래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위너뮤직을 소유한 러시아 재벌 렌 블러바트닉이 구입한 이 타운하우스는 그 전해 4월 7,959만달러에 거래된 후 1년 만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지난해 이 지역의 타운하우스 한 채 가격이 9,000만달러를 넘어섰다. /구글 스트리트뷰 캡처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진행한 ‘엘리멘탈 프로젝트’의 대표적 작품.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페이스북 캡처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진행한 ‘엘리멘탈 프로젝트’의 대표적 작품.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모든 타운하우스가 부유층을 위한 주거공간인 것은 아니다. 빈민들을 위한 타운하우스도 존재한다. 2016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설계한 ‘반쪽짜리 주택’이 대표적이다. 아라베나는 2004년 ‘엘리멘탈 프로젝트’를 통해 칠레 이키케시 중심부를 30년 동안 불법 점거한 빈민들을 위해 타운하우스를 지었다. 비싼 부지 가격를 고려해 ‘절반’만 지은 이 타운하우스는 일단 반쪽짜리 건물로 지어 건축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주민들이 여건이 나아지면 손쉽게 증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독특한 구조의 타운하우스는 주거 빈민 문제에 실질적 해법을 제시한 성공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