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쿠쿠 ‘펫 에어샤워 앤 드라이룸’ LG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펫’ 신일 ‘스파&드라이’ 신일 ‘자동 발 세척기’
#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원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방화범은 집사가 출근한 사이 전기레인지(인덕션) 전원 버튼을 누른 고양이. 이날 불은 10여분 만에 진화됐고 고양이도 무사했지만 비슷한 유형의 화재사고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고양이의 땀샘이나 피부조직이 사람 손가락 피부와 비슷해 고양이가 인덕션을 밟거나 핥으면 전원이 켜지기 때문이다. 이에 쿠쿠전자는 올 초 ‘냥이안전모드’를 탑재한 전기레인지를 출시했다. 해당 모드에서는 전원과 알람, 펫 버튼을 동시에 1초 이상 눌러야만 전원이 켜진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에 ‘반려동물 가전’은 더 이상 이색 제품이 아닌 필수 가전이 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가구의 비율은 23.7%에 달한다. 네 집 가운데 한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만큼 이들에게 필요한 가전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올해 3조2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3년 4조5,786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가전업체의 마케팅 방식까지 바꿔놓는 모양새다.
◇냄새 잡고 털 관리까지 해준다=LG전자는 지난달 반려동물의 냄새와 털을 잡아주는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펫’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토털 유해가스광촉매필터로 탈취 성능을 강화했다. 특히 반려동물 배변 냄새의 주요 성분인 암모니아·아세트알데히드·아세트산 등의 유해가스를 누적정화량 기준으로 기존 모델 대비 약 55% 제거해준다. ‘펫모드’ 기능을 사용하면 오토모드 대비 풍량이 최대 70% 늘어나 반려동물의 털·먼지 등을 최대 35% 더 빨아들인다.
쿠쿠는 고양이로 인한 화재를 방지하는 인덕션 외에도 반려동물용 가전 브랜드 ‘넬로’를 론칭했다. 넬로의 첫 제품 ‘펫 에어샤워 앤 드라이룸’은 반려동물의 털을 건조하고 미세먼지·오염물질 등을 털어준다. 쿠쿠의 ‘트윈 팬’ 기술과 긴 터널형 디자인으로 반려동물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털을 건조할 수 있다. 신일산업은 이보다 한발 앞서 펫 가전 브랜드 ‘퍼비’를 론칭하고 반려동물 자동 발 세척기, 펫 전용 스파 앤드 드라이, 펫 공기청정 온풍기, 펫 향균 탈취 스프레이, 사물인터넷(IoT) 향균 탈취 휘산기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위닉스 역시 반려동물용 공기청정기 ‘위닉스 펫’을 내놓은 바 있다. 위닉스 관계자는 “반려동물용 공기청정기는 타 모델과 다르게 계절적 영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반려동물 가구 수가 증가하고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올해는 전년 대비 150% 이상의 마케팅 비용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냥이와 댕이 맞춤형 가전도 등장=삼성전자는 이달 18일부터 ‘슈스펫(슈퍼스타 펫) 가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삼성 가전과 이유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 삼성전자는 선정된 이들에게 해당 제품과 화보촬영권을 제공한다.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 건조기 ‘그랑데’, 공기청정기 ‘무풍큐브’, 무선청소기 ‘삼성 제트’,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김치플러스)’ 등이 응모 대상이다. 이들 제품은 집안이나 옷에서 반려동물의 냄새와 털을 제거해주고 사료 등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삼성전자 가전이 반려동물 가구에 유용하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기 위한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같은 맥락에서 유튜브 반려동물 채널을 통한 간접광고도 병행하고 있다. 반려묘 유튜브 채널 ‘크림히어로즈’는 올 5월 삼성 ‘에어드레서’ 간접광고가 들어간 영상을 올렸다. 고양이 일곱 마리의 일상을 스케치하는 크림히어로즈는 글로벌 구독자 수가 270만명에 달하는 국내 반려묘 유튜브 채널의 대표 격이다. 에어드레서를 사용해 옷에 밴 고기 냄새를 없앴다는 간단한 내용이지만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140만이 넘었다.
일렉트로룩스는 자사 청소기의 반려동물 털 제거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최초 3D 비전 시스템을 탑재한 일렉트로룩스의 로봇청소기 ‘퓨어 i9’은 사람의 눈처럼 실내 환경을 입체적으로 인지하고 분석해 외출 시에도 반려동물이 다칠 위험 없이 집안을 청소해준다. 일렉트로룩스의 ‘에르고라피도 파워프로’는 반려동물이 바닥보다 소파·침구 등을 좋아하는 가구에 적합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침구 청소 전용 UV 베드 노즐 액세서리를 활용하면 반려동물의 털은 물론 알레르기 유발 물질까지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유진로봇 역시 반려동물 털이 엉키지 않도록 설계한 로봇청소기 ‘아이클레보 오메가’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본인 삶의 질은 물론 반려동물에게도 수준 높은 환경을 제공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려동물 가전 시장은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