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세리머니’ 보러 갔다가 ‘벤치 호날두’만 본 6만 관중

씁쓸한 뒷맛 남긴 유벤투스 초청경기…최소 45분 뛴다던 호날두 벤치만 지켜
유벤투스 선수단 늑장 출발에 경기 시작 1시간 지연 사태도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K리그 선발팀과 친선전 중 벤치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초록색 조끼를 끝까지 벗지 않고 벤치만 지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이던 2007년 이후 12년 만에 방한한 호날두가 단 1분도 뛰지 않고 한국을 떠났다. 호날두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K리그 선발팀 간 친선경기에 참가했으나 경기에 투입되지 않고 벤치만 달궜다. 경기는 3대3 무승부로 끝났다.

승부를 떠나 씁쓸한 뒷맛을 남긴 한판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주최사(더페스타)와 협의를 통해 호날두의 출전시간을 ‘최소 45분 이상’으로 계약서에 명시했다고 밝혔지만 6만여 관중은 ‘벤치멤버 호날두’만 보고 돌아서야 했다. 후반 중반까지도 호날두가 몸조차 풀지 않자 관중은 계속해서 야유를 보냈다. 이 경기 입장권은 호날두 방한 경기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최고 40만원으로 높게 책정됐다. 유벤투스는 위약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이틀 전 인테르밀란전에서 풀타임을 뛴 호날두를 아꼈다.

앞서 관중과 시청자들은 경기 시작 시간이 57분이나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겪어야 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중국 난징발 항공기 연착으로 2시간 늦은 오후3시께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섰다. 선수들은 숙소인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여장을 풀었는데 오후6시를 훌쩍 넘겨서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출발했다. 선수단 버스는 교통체증에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8시를 넘겨서 겨우 경기장에 도착했다.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호텔에서 예정됐던 팬 사인회에도 불참했지만 정작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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