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마련위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한직장서 한번만 가능

[김동엽의 은퇴와 투자] 이럴때 퇴직금 중간정산 할수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6개월이상 질병요양·파산선고 등도 법정사유 해당
퇴직연금은 DC형 가입한 근로자만 중도인출 허용
DB형 중간정산 안되지만 DC형 전환때는 할수있어


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노후준비가 그렇다. 다른 건 몰라도 연금저축 적립금과 퇴직금만이라도 남겨 두려고 다짐을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자녀교육과 결혼에 목돈이 들어 갈 수도 있고,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거나 다쳐서 예상치 않게 큰 돈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럴 때마다 노후자금을 헐어 쓰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연금저축과 퇴직금은 중도인출에 제약이 많은데다 인출할 수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직 중에 퇴직금을 찾아 쓰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우리나라는 퇴직급여 제도로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데, 퇴직급여 종류에 따라 중간정산 가능 여부와 조건이 달라진다.

먼저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직장인부터 살펴보자. 2012년 7월 이후부터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이 강화되면서 회사가 전 직원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개별 근로자는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되면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주거 목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에는 중간정산을 받을 수 있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중간정산은 한 사업장에서 한 번만 가능하다.

이밖에 근로자 본인과 배우자, 그리고 부양가족이 질병이나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때 그 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에도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피크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근로자가 최근 5년 이내 파산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절차 결정을 받은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퇴직금을 중간정산 할 수 있다.


이번에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살펴보자. 퇴직연금제도는 회사가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형)과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급여를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이 있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없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만 법에서 정한 사유해 해당되면 자신의 퇴직계좌에 적립된 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도인출 할 수 있다. 중도인출 가능한 법정사유는 임금피크제도를 실시하는 경우만 빼면 앞서 퇴직금제도 하에서 중간정산 사유와 같다.

DB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도인출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는 DB형과 DC형 퇴직연금 제도를 함께 도입한 다음, 근로자가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DB형 가입자는 DC형으로 전환한 다음 중도인출 할 수 있다. 재직중인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중간정산 하거나 중도인출 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한다.

이번에 퇴직 이후를 살펴보자. 직장인들은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할 수도 있고,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먼저 떼고 남은 금액만 수령한다. 하지만 연금을 수령할 때는 다르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퇴직급여를 먼저 연금저축 또는 IRP(개인형퇴직연금)로 이체해야 한다. 퇴직금을 연금계좌로 이체할 때는 아무런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연금계좌에서 적립된 자금을 인출할 때 세금을 부과한다.

연금계좌 적립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연금이 개시되면 먼저 퇴직금 원금부터 인출되고, 퇴직금이 전부 소진되고 나면 퇴직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이 인출된다. 연금에는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세금계산 방식은 연금재원에 따르다. 먼저 퇴직금 원본을 재원으로 연금을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세의 70%에 해당하는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면 된다.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을 30% 감면 받는 셈이다. 운용수익이 연금재원인 때는 인출금액의 3.3~5.5%가 연금소득세로 부과된다. 일반금융상품 발생한 이자와 배당에 15.4%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것과 비교하면, 세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와 같은 절세혜택은 어디까지나 연금계좌 적립금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때만 누릴 수 있다. 적립금을 55세 이전에 중도인출 하거나, 55세 이후에도 인출하더라도 연금수령한도를 초과한 금액에는 세제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를 ‘연금 외 수령’이라고 한다. 연금 외 수령에 해당되면, 퇴직금에는 퇴직소득세가 그대로 부과되고 운용수익에는 기타소득세(16.5%)가 부과된다.

다만 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면, 연금 외 수령을 하더라도 절세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세법에서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로는 연금계좌 가입자 본인이나 부양가족이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경우, 연금계좌 가입자가 파산선고나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경우,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해외이주 하는 경우도 해당된다. 다만 해외이주를 사유로 중도하는 경우에는 퇴직금을 연금계좌에 입금한 날로부터 3년 이후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에만 연금으로 수령한 것으로 본다. 연금소득으로 인정받으려면 6개월 이내에 증명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