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우]매장 밖 1회용컵 사용 여전...수거·재활용 비율 높여야

매장 내 1회용품 규제 1년
매장내 수거량 작년 7월 206톤→올 4월 58톤 72%↓
커피점 등 1회용컵 총 사용량은 3% 줄어드는데 그쳐
보증금제 부활·친환경 종이컵 보급 확대 등 노력 필요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 커피전문점에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 동참 캠페인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환경부와 16개 커피전문점 및 5개 패스트푸드점은 지난해 5월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뒤 이를 시행해오고 있다. /연합뉴스

“안에서 드시나요, 밖으로 가져가시나요?”

지난해 5월 환경부가 16개 커피전문점 및 5개 패스트푸드점과 1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은 이후 생긴 가장 큰 변화다. 매장 내에서 먹을 것인지에 따라 커피를 담는 컵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문 시 반드시 되물어야 하는 질문이 된 셈이다. 협약 체결 3개월 후에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매장 내 1회용컵 사용을 전면 제한한 조치도 컸다. 처음에는 혼란과 불편을 호소하던 고객들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매장 내에서는 머그컵과 같은 다회용컵이나 텀블러 사용을 당연시하게 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매장 내 1회용품 규제를 시작한 지 1년. 매장 내 1회용컵 사용 금지 조치는 더 이상 불편함이 아닌 당연함으로 자리했다. 매장 밖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대부분의 고객들은 1회용컵을 들고 매장 밖을 향하고 있다. 자원 순환의 효율성과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해서라도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를 살펴봐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환경부가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협약이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매장 내 1회용 컵 수거량은 지난해 7월 206톤에서 올해 4월에는 58톤으로 약 72% 감소했다. 불과 9개월여 만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환경부는 자발적 협약 업체 2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의 성과를 지난 5월 조사·취합했다.

이런 결과는 자발적 협약에 참여한 업체들이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 사용을 권장하거나 개인컵(텀블러) 사용 시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인 영향이 컸다. 자연순환사회연대가 협약 체결 3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수도권 지역의 매장 1,000여 개를 조사한 결과 이미 10곳 중 8곳 이상은 매장 내 다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1년간 협약에 참여한 브랜드 21곳이 이용객에게 제공한 일회용 컵 사용 할인 혜택 건수 역시 1,023만7,888건(금액은 총 29억4,045만 원)에 달할 정도였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줄었다. 일부 브랜드는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기 위해 종이로 만든 빨대를 도입했고 아예 빨대가 필요 없는 컵을 사용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


문제는 매장 밖이다. 아무런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탓에 매장 밖으로 커피를 가져가는 손님은 여전히 1회용컵을 사용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지난 21일 찾은 서울 강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기자가 매장 내 머문 2시간 동안 테이크아웃을 해간 약 50명의 고객 중 3명을 빼놓고는 모두 1회용컵에 커피를 담아갔을 정도다. 해당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정 모(30) 씨는 “매장 안과 밖의 1회용컵 사용 실태는 정반대라고 봐야 한다”며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손님에게 1회용컵 사용 자제를 권유하기에는 텀블러 외에 마땅한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자발적 협약에 참여한 업체의 총 1회용컵 사용량은 체결 전 1년(2017년 6월∼지난해 5월) 동안 7억137만개에서 협약 이후 1년(지난해 6월∼지난 5월) 간 6억7,729만개로 2,408만개(약 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총 매장수가 1,222곳 늘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매장 당 사용량은 평균 14%만 감소했다. 그만큼 테이크아웃 시 1회용컵 사용량이 전체 1회용컵 사용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은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1회용 컵 총 사용량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매장 밖으로 나가는 1회용컵 사용량에 큰 변화가 없는 만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1회용컵 사용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이를 수거하고 재활용·재사용 하는 비율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방안은 지난 2008년 폐지된 1회용컵 보증금 제도의 부활이다. 당시 업계 자료를 보면 자발적 협약 매장당 1회용컵 사용량은 보증금제도가 있던 2003~2007년 연평균 2만7,011개였지만 제도를 없앤 2008년3월부터 2012년까지 10만7,811개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친환경 종이컵의 확대 보급도 필요하다. 현재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의 대부분은 방수를 위해 폴리에틸렌(PE)이 코팅돼 있어 재활용률이 사실상 0%에 수렴한다. 서울경제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제주에서 진행하는 ‘ECO&LIFE, 세상을 바꾸는 우리(세바우)’ 캠페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다. 제주 올레길 인근의 카페 100여 곳을 대상으로 내수성·내열성을 갖췄으면서도 100%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컵(세바우 종이컵)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바우 종이컵은 친환경 제지코팅기술 전문업체인 리페이퍼가 개발한 것으로 기존의 PE 코팅, 폴리유산(PLA) 코팅 종이컵의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덕분에 생활폐기물로 버려도 3개월 이내에 분해(퇴비화)되는데다 수거 후 별도 공정을 거치면 원지로 되돌릴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물론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1회용컵 생산과 사용을 줄이고 자원 순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시민들도 스스로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만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을 가꿔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1회용컵 보증금 제도 재도입이나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친환경 종이컵 사용 등을 장려해야 한다”며 “동시에 사회적 기업이 매장 밖 종이컵을 수거·세척 후 재공급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해 자원의 순환을 유도하는 독일 등의 사례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