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일 물밑대화 움직임을 주목한다

최근 들어 한미일 외교가에서 한일갈등을 대화로 풀기 위한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한일갈등 양상에 우려를 표하며 “양국이 생산적이고 서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대처해나가도록 장려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고위당국자는 “아직은 세부사항을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한국·일본이 같은 장소에 있게 될 때마다 함께 모이고 싶은 바람이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발언은 오는 8월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만나 한일갈등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협의가 추진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기대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다음달 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큰 만큼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이낙연 총리가 25일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외교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자”며 일본에 대화를 제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26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통화를 하고 한일갈등 해소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고무적이다. 양국 장관은 각급 외교 채널을 통한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는데 이는 외교 고위당국자 외에도 다양한 협의와 소통이 재개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양국은 ARF 외교장관 협의뿐 아니라 의원외교, 기업인·민간외교 등 여러 물밑 대화를 통해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다층적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중국·러시아의 도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혈맹이자 우방국인 미국·일본과의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강 대 강 대치는 한일 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경제 폭탄을 퍼붓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양국이 늦지 않게 대화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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