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소확행을 느낄 수 있는 한여름 가까운 피서지로 한강 둔치 만한 곳도 없다. 특히 여의도 지구는 한강철교 중앙에서 국회 뒤의 샛강 사면지까지 총 8.4㎞가 펼쳐져 있어 갈대밭과 산책로, 공원 등이 외국 못지 않게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굳이 큰 비용 들여 해외를 찾아 나가지 않더라도 돗자리 하나, 작은 그늘막 하나면 여기가 무릉도원. 특히 한 여름의 태양이 모습을 감춘 한강의 밤은 특히나 무더위를 완전히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더위에 지친 마음까지 씻어낼 특별한 경험이 필요하다면 여의도와 반포를 누비는 여의도 한강 유람성 이랜드 크루즈로 몸을 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토요일 저녁 7시30분에 탑승하는 불꽃크루즈는 선상불꽃쇼, 반포 무지개 분수쇼, 라이브 재즈공연을 즐길 수 있다. 미식, 음악, 쇼가 함께 어우러진 이벤트다.
얼마 전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로맨틱한 선상 파티를 경험해보니 한정된 시간에 짧은 바캉스를 다녀온 듯 했다. 기분을 좀 더 내자면 뉴욕과 뉴저지를 가로 지르는 허드슨강에서 바라보는 마천루와 브루클린 다리의 설레도록 화려한 조명을 축소시켜놨다고 해야 할까. 사실 허드슨강과 브루클린 다리가 내 일상을 떠난 ‘뉴욕’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새삼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현재 내 옆에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감동과 행복의 밀도는 깊어지기 마련이니까.
크루즈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정갈한 레스토랑처럼 돼 있다. 그 앞에는 공연 무대가 펼쳐져 있고 뒷쪽에는 뷔페 음식이 마련돼 있다. 1, 2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1층은 넓은 테이블로 가족 단위 고객을 많이 볼 수 있다. 2층에는 커플 테이블처럼 좀 더 한적해 보였는데 자리는 모두 커플석으로 돼 있다.
우선 승선을 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뷔페 식사부터 시작한다. ‘알로하 썸머 뷔페 크루즈’라는 여름 콘셉트의 메뉴. 공간의 제약으로 일반 뷔페 만큼 메뉴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강 선상 위 디너는 그 자체로 가족들을 들뜨게 했다. 이랜드 크루즈 내 레스토랑은 여의도 마천루의 불빛과 세빛섬의 눈부신 LED가 만들어 내는 야경을 더한 선상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랜드그룹이 이미 켄싱턴 호텔을 비롯해 애슐린, 자연별곡 등 많은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의 입맛을 잘 적중했다. 호텔 뷔페 보다는 가짓수가 적지만 초계국수와 초밥, 다양한 재료를 곁들인 하와이 스페셜 라이스, 샐러드, 구름 치킨탕수육, 훈제오리 바비큐, 고기류, 중식류 등 각종 메뉴가 알짜로 갖춰져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외국 손님들도 꽤 있었는데 이런 선상 유람선에서 이 정도 퀄러티의 음식이 나오는 곳은 아마 한국 밖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디저트와 커피,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동안 무대에서는 감미로운 재즈 공연이 시작돼 본격적인 크루즈 여행을 알렸다. 반포대교에 이르자 공연이 잠시 멈추고 야경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여름날의 강바람은 부담없이 시원했다. 반포대교나 동작대교에서 바라보던 한강을 거꾸로 선상에서 바라보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반포대교를 강 위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서울의 다리가 이렇게 멋졌던가. 새빛둥둥섬의 배경으로 반포대교의 알록달록한 무지개 분수의 포말을 선상에서 맞으며 눈을 감으니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하기 그지없다. 분수쇼가 끝나니 토요일 크루즈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시간도 길었다.
인증샷을 올릴 수 있는 선상 하트 조명에서 모두들 사진을 찍었다.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니 살짝 두근거리기도 했다.
연인과의 특별한 기념일, 가족모임을 원한다면 색다른 장소에서 펼쳐지는 크루즈 이벤트도 추가해 두면 좋을 것 같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