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에 이어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예능 ‘윤식당2’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대세’로 불리고 있지만, 박서준은 늘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대신 “성실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열심히는 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31일 개봉한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565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2017년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청년경찰’ 김주환 감독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
악과 마주한 격투기 챔피언 ‘용후’ 역의 박서준은 섬세한 감정 연기부터 고난도 액션까지 완벽 소화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크한 모습으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극 중 격투기 챔피언으로 분한 박서준은 박진감 넘치는 격투기 액션을 펼치는가 하면, 실제 UFC 선수와 대결을 펼치며 리얼한 액션을 선보인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한 차례 경험한 격투기 선수 이력이 도움 됐다.전작에서 옥타곤에 올라가 봤던 기억이 있어서 어색함이 덜했다고 했다.
그는 “이전 드라마에서 격투기 선수 역할을 맡아 운동한 적이 있었던 터라 몸이 금방 기억했다. 영화 속 경기장도 실제 해외 스타디움을 빌려서 만들었다. 사회자와 선수도 다 현역에 계신 분들이라 현실감이 확 느껴지더라”고 털어놨다.
박서준은 “일반적인 무대와 옥타곤이 다르다”고 했다. 사방에서 관중이 보고 있는 옥타곤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돈다고 했다. 다행히 옥타곤에 올라간 본 경험이 있어 그 공간을 어색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신’이라 불리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을 닫은 지 오래다. 악몽을 꾼 이후 갑자기 생긴 원인불명 손의 상처를 계기로 ‘안신부’와 만나게 된 다. 그와 함께하며 자신의 상처 난 손에 깃든 특별한 힘과 세상 곳곳에 숨은 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용후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박서준은 인물의 서사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 인물을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오컬트는 어쩌면 인물의 상황을 표현해주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했던 것.
“용후처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잃게 되면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갔을까‘라는 것들을 고민했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 않은 공간들을 채워 나갔다. 영화에서 어린 용후가 나오고 20년 후의 용후가 나오는데, 20년의 공백을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대인관계는 어땠고, 어떻게 자랐는지, 왜 운동을 택했는지 등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수록 내가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용후는 외로웠을 거다. 말 수도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표현도 서툴고,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 같고, 무서운 걸 보더라도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해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용후의 환경과 주변을 대하는 태도, 표현 방법 등으로 미루어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인지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손에 특별한 능력을 지닌 ‘용후’와 모든 악의 능력치가 총집합된 ‘지신’의 후반부 액션 시퀀스이다. 특수분장과 최첨단 CG의 기술을 확인 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박서준은 손에 LED를 설치하고 촬영했다. 일명 ‘불주먹’ 액션으로 불린다. 촬영 기간은 약 5일이 걸렸다.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는 손에 LED를 설치하고 촬영했다. 맨손으로 상황을 상상하면서 했다면 힘들었을 텐데, LED를 손에 설치하고 하니 훨씬 수월했다. 또 불을 다각도로 촬영하며 움직임을 담아내 CG로 입혔고, 더 리얼한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무교인 박서준은 영화 속에서 종교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고교시절 윤리선생님이 말씀하신 ‘모든 종교는 다 경험해봐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종교는 없지만 신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종교가 장단점이 있고 추구하는 게 있기에 하나에 고정관념으로 바라보기보다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윤리선생님의 그 말이 아직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었고, 영화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의견을 전했다.
세상과 신에 대한 불신이 있던 격투기 선수 용후는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강력한 악에 맞서게 된다. 신의 사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내며, 웃음기 쫙 뺀 진지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시킨다. 특히, 부마자에 맞서는 ‘용후’와 ‘안신부’의 특별한 활약 속 예상치 못한 위트와 유머는 세대를 뛰어넘는 역대급 브로맨스를 엿볼 수 있다.
배우 경력 62년차인 안성기와의 호흡은 박서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시간관리와 자기관리가 철저한 안성기 배우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안성기 선배님과의 호흡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를 하게 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선배님이 ‘선생님’이 아닌 ‘선배’라고 부르라고 해주시면서 처음부터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래서 쉽게 더 잘 다가갈 수 있었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선배님이시다. 그래서 제가 무엇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 받아주시더라. 그래서 좋은 호흡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님을 보면서 느낀 건 자기관리의 중요성이다. ”
“선배님은 술도 안 드시고,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신다.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지 않나. 그중 62년을 함께 하신 분이다. 한국영화사의 산증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기관리도 열심히 하시고, 대사 한번 틀린 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내가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해오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이 됐다. ”
2012년 KBS 2TV ‘드림하이2’의 주연을 꿰차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서준은 영화 ‘청년경찰’(2017)과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등을 통해 주역 배우로 거듭났다. ‘로코 장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오컬트 장르 첫 도전임은 물론 원톱 주연은 ‘사자’가 처음이다.
주연으로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함께 느낀다고 전한 박서준은 “ 현장에서만큼은 즐기려고 한다.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매 작품마다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는 그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렇게 박서준은 ‘기대에 부응하는 배우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먼 미래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인생에서 연기가 제일 재미있다. 제가 스스로에게 가장 비관적인 평가자이기 때문에 늘 만족하지 못해요. 하지만 성실도 면에선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물론 성실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잘’ 해야죠. 대중들이 좋게 봐주신다는 점에서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기대를 많이 해주신다는 뜻이니, 그 기대에 부응하는사람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싶다.”
한편, 박서준은 JTBC 새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주인공 박새로이 역을 맡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