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볼 때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인사들과 대다수 일본 국민을 분리해 보는 일부의 시각은 잘못됐다. 일본의 정치인이라면 밟고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가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참배다. 일본의 침략을 받은 아시아 모든 나라는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행위라며 반대한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매년 야스쿠니에 최소한 공물을 보내 예를 표하는 것은 일본 국민이 그러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 국민의 의사에 반해 턱없는 극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과 정서가 발현된 결과물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비롯한 극우 행동인 것이다.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과반 의석을 몰아주며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사람도 일본 국민이며 그나마 한국에 우호적인 아사히신문 조사에서조차 수출규제를 찬성한 56%의 사람도 일본 국민이다.
그런 그들의 속마음이 속 시원히 드러났으니 오히려 잘 됐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알아야 대비할 것 아닌가. 그렇다고 그들을 나쁜 사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전후세대인 그들은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배운 적이 없을 뿐이다. 그들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로 둔갑하고 위안부 피해자는 아예 나오지도 않는데 그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가 불과 100년 전에 한반도에서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 그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가르쳐주는 것이다. 당장 똑같은 징용 피해자인데 중국 피해자에게는 1972년 중일 공동성명에 따른 중국 정부의 전쟁 배상 포기 이후에도 꾸준히 사과하고 배상하면서 한국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왜 거부하는지, 그런 차별이 한국 사람들을 얼마나 화나게 하는지 얘기해야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왜 죽기 전에 일본의 사과를 받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된다. 그들이 우리 땅에서 36년간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일을 절대 잊지 않고 있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언젠가 일본 국민의 70%가 그 일을 제대로 알고 부끄러워할 때 그들은 비로소 속마음을 담아 기꺼이 사죄할 것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