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트와이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LA 공연 매진 전광판.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K팝 걸그룹의 중흥기가 도래한 것일까. 트와이스를 필두로 블랙핑크·레드벨벳·아이즈원 등이 탄탄한 팬덤을 등에 업고 활약하면서 걸그룹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소녀시대·카라·원더걸스 등 걸그룹들이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후 그만한 걸그룹들은 한동안 찾기 힘들었다.
최근 걸그룹들의 성과는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블랙핑크·레드벨벳·아이즈원이 올 상반기에 낸 앨범 판매량은 자체 최고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최근 이들이 낸 앨범이 지금까지 앨범 판매량 중 가장 높은 판매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앨범 판매량은 팬덤 지표로도 평가되는데, 걸그룹 여성 팬들이 늘어나고 팬들이 음반 구매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에서도 방탄소년단(BTS)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K팝 가수는 걸그룹이 될 것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해외 무대에서 K팝 걸그룹의 활약은 현재진행형이다. 블랙핑크는 지난 3월 발매한 앨범 타이틀곡 ‘킬 디스 러브’가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200’에 각각 41위와 24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난 4월에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K팝 걸그룹 최초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트와이스와 레드벨벳도 최근 북미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신인 걸그룹 있지(ITZY)도 눈길을 끄는 가운데 세계무대에서의 K팝 걸그룹들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블랙핑크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인기, 여성팬덤 ‘화력’ 업고 달아오른다=가온차트 앨범 판매량 분석 결과 트와이스를 제외하고 블랙핑크·레드벨벳·아이즈원이 올해 상반기에 낸 앨범 판매량은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2015년 발매한 레드벨벳 미니 1집 앨범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올 상반기까지 누적 판매량이 8만6,000장이지만 지난 6월 레드벨벳이 내놓은 앨범 ‘더 레베 페스티벌 데이 원(The ReVe Festival Day 1)’의 판매량은 18만장이 넘었다. 블랙핑크도 지난 4월 발매한 앨범 ‘킬 디스 러브’가 27만5,932장을 기록해 지난해 발매한 ‘스퀘어 업’의 올 상반기까지의 누적판매량인 26만7,083장을 뛰어넘었다. 아이즈원도 지난 10월 발매한 앨범보다 올 4월 발매한 앨범 판매량이 2만장 가량 늘었다.
이런 성적표에는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여성팬들의 영향이 컸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소녀시대 시절부터 있었지만 조금 가려져 있었던 걸그룹 여성팬이란 존재가 부각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여성팬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고 그에 부응하기 위한 기획도 시작되면서 음반 판매량이 많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레드벨벳 팬미팅에 참석했다는 한 여성 팬은 “콘서트 때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팬미팅 현장에 남자 팬들보다 여자 팬들이 더 많아서 놀랐다”며 “핵심적인 코어(core) 팬들은 여성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걸그룹 여성팬은 “원래 다양한 보이그룹들을 계속 좋아해 왔는데 멤버들의 사건·사고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상대적으로 걸그룹 멤버들은 스캔들에 휘말리는 경우가 적어 팬 입장에서 마음고생 하는 경우가 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련업계에서는 남성팬에 비해 여성팬이 충성도도 높고 구매력도 있어서 보이그룹이든 걸그룹이든 여성팬 층이 두터워야 롱런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최근 음원차트가 신뢰도를 많이 잃으면서 팬들의 ‘화력’이 음원 스트리밍에서 음반 구매로 옮겨가 음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팬덤 지표라고도 하는 앨범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걸그룹을 통한 수익화가 의미 있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팬덤이 강한 보이 그룹뿐 아니라 걸그룹도 팬덤을 통한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트와이스를 시작으로 블랙핑크·레드벨벳·아이즈원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 후 첫 북미투어에 나선 레드벨벳이 지난 2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BTS 다음은 걸그룹이 K팝 이끌 것”=BTS를 필두로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이 부는 가운데 해외에서 주목하는 다음 K팝 아티스트는 걸그룹이다. 빌보드 K팝 칼럼니스트인 제프 벤자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보이그룹에 이어 K팝 걸그룹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블랙핑크는 미국에서 존재감이 더 커질 것 같고 있지(ITZY)도 응원하는 그룹”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K팝 걸그룹들은 해외 투어를 이어가고 미국 주요 방송에 잇따라 출연하는 등 해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북미·유럽·오세아니아 4대륙 총 23개 도시를 순회하며 총 32회 공연을 펼쳤다.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는 K팝 걸그룹 최초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특히 블랙핑크는 앨범 타이틀곡 ‘킬 디스 러브’를 통해 빌보드 ‘핫100’과 ‘빌보드200’에 각각 41위와 24위를 기록하며 걸그룹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와함께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는 K팝 그룹 최초로 유튜브 9억 뷰를 돌파하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트와이스는 일본에서의 탄탄한 인기를 자랑하지만 최근 북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트와이스는 최근 진행한 첫 미주 투어에서 4회 공연에 4만1,000여 명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레드벨벳 역시 올해 초 데뷔 이후 첫 북미 투어를 미국과 캐나다 7개 도시에서 총 8회에 걸쳐 개최했다. 전 공연이 퍼펙트 매진을 기록했으며 관객 대다수가 현지인으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현재 한일 관계 악화라는 변수가 있지만 일본인 멤버들이 포함된 걸그룹 아이즈원은 지난 6월 발매한 두 번째 싱글이 일본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일본에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K팝 흥행은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려는 행동인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며 “과거에는 남자 아이돌들의 스키니진, 화장 등을 부정적으로 봐왔는데 이젠 그렇지 않은 만큼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음에는 아시아계 여자 아이돌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평했다. 미묘 평론가도 “BTS의 인기에는 소수자인 아시안을 대표한다는 의미도 있는데 그렇게 보면 다음은 여성 아티스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아이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