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일(현지시간) 예정대로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나섰다. 러시아도 이에 맞탈퇴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본격적인 군비경쟁 재점화에 대한 우려 속에 국제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미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칼라 글리슨 미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의무사항 검증을 준수하려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조약이 종료되는 8월2일 이후 미국은 더 이상 INF 금지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도 일찌감치 미국에 맞탈퇴로 대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앞서 지난달 30일 INF 조약 종료를 번복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면서, 미국이 조약 탈퇴 이후 러시아를 겨냥해 유럽 내 핵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러시아도 미국을 목표로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
국제사회에서는 지난 1987년 12월 미국과 옛소련이 중·단거리 핵미사일 폐기를 위해 INF 조약을 체결한 후 30여년간 이어져 온 안보 균형상태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INF 조약 폐기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이 조약을 살릴 수 있도록 러시아가 이를 준수해달라”고 촉구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의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후속조치 없는 탈퇴는 새로운 군비경쟁으로 초대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분명히 무기체계 확장에 돈을 쓸 것이고 미국 역시 군비경쟁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