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한 항공사 수속 카운터가 국민들의 ‘일본여행 거부운동’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미 반일 감정으로 일본 여행객이 줄어든 항공·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일본 노선 비중이 30%에 달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예약률이 반토막 난 데 이어 환율마저 급등하며 환 손실과 유가 부담도 커질 분위기다. 여행업계도 일본여행 예약이 80%가량 급감했는데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반일 감정은 지속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 LCC사의 9월 예약률은 지난해 50%에서 25%로 추락했다. 7월 예약률은 85%에 달했는데 일본이 한국 경제에 대한 보복 조치를 발표한 7월이 되자 8월 여행 예약률은 45%, 9월은 25%까지 빠졌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등은 일본 일부 노선을 중단했고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도 9월 이후 일본 주요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를 소형 기종으로 바꾸는 노선 축소를 발표했다.
‘반일본여행’의 여파는 이제부터다. 항공권 가격부터 추락하고 있다. LCC는 일본 노선을 운영할 때 편도 기준 탑승률 약 80% 이상, 1인 8만원 이상의 금액이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천~나리타(도쿄), 오사카 노선의 경우 10만~14만원 하던 비행기 표가 9월 편도 기준 4만~6만원까지 빠졌다. 이대로라면 9월 이후 일본행 비행기를 띄울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가 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제가 더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에다 원·달러 환율마저 1,200원대로 폭등하면서 여행 수요 자체가 흔들릴 우려마저 생겼다. 환율이 뛰면 외화에 대한 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대한항공은 올 1·4분기 영업이익을 1,482억원 흑자를 내고도 환 손실 탓에 순이익은 342억원 적자를 봤다. 지난해 말 1,110원 선이던 환율이 1,140원 수준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1,2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뛰면 외화로 사는 항공유 구매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행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국내에서 출국하는 아웃바운드 패키지 여행사로 그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하나투어(039130)의 7월 해외여행객은 전년 동기보다 14.4% 줄어든 24만1,000명에 그쳤다. 일본으로 떠나는 관광객이 36.2%나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모두투어(080160) 역시 7월 일본 상품 판매가 전년보다 38.3% 감소하면서 전체 해외여행객(27만4,000명)이 12.6% 줄어들었다.
문제는 일본여행객 감소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반토막 난 9월 항공 예약률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하기 전이다. 이날 일본이 공식적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지우면서 양국관계는 선을 넘었다. 업계는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지금보다 더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9월 예약은 올해 5~6월에 한 사람도 많다”며 “10월 이후 일본 항공권 예약은 더 줄고 가격은 폭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경우·나윤석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