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 내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한 총격범이 범행 직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에잇챈(8chan)’에 성명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이 게시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에 따르면 범인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4페이지 분량의 포스팅을 엘패소 경찰국에 첫 총격 신고가 들어오기 약 20분 전에 에잇챈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포스팅은 익명으로 올라왔으나, 백인 우월주의를 찬양하는 내용과 “나는 아마도 오늘 죽으러 갈지도 모른다”라고 쓴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포스팅을 올린 사람이 크루시어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성명은 이번 총격이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미국에서 여러 가지 잘못된 문화를 혼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은 이 성명서를 근거로 크루시어스의 범행이 증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법무부는 크루시어스를 연방 증오 범죄(federal hate crime)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크루시어스가 성명서를 포스팅한 에잇챈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라비아 숫자 8을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 기호(∞)’와도 비슷해 ‘인피니티(Infinity·무한) 챈’으로도 불리는 이 게시판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총격범들의 메가폰(Megaphone·확성기)”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CNN은 올해 들어 에잇챈에 범행을 예고하고 총격을 자행한 사건이 벌써 세 번째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뉴질랜드 남섬 최대도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 반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채 난입해 50명을 살해하고 49명을 다치게 한 호주 출신 총격범 브렌턴 태런트(28)도 범행 직전 에잇챈과 트위터에 73쪽 분량의 온라인 선언문을 게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4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파웨이 소재 유대교회당(시너고그) 총격 사건 때도 용의자 존 어니스트(19)가 범행 1시간 전쯤 유대인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온라인 선언문을 에잇챈에 올렸다.

에잇챈은 메시지 보드로 시작해 초기에는 유머와 일상 소재 등을 담은 글이 주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공고나 회원 모집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시민단체 반 명예훼손 동맹의 조너선 그리블래트 대표는 NYT에 “에잇챈은 세계에서 가장 극렬한 공격자들이 자신들의 테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게시판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잇챈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프레드릭 브레넌은 엘패소에서 총기 난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NYT와 한 인터뷰에서 “대량 살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에잇챈과 관련돼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보고 있다”면서 “그 사이트를 이제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레넌은 지난 2013년 에잇챈을 개설했다가 2015년 사이트 운영권을 온라인 사업자 짐 왓킨스에게 넘겼다.

에잇챈은 현재 구글 검색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오픈 웹상으로는 제한적으로 검색된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