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자동화 적응 못하면 낙오"...IT 평생교육 뿌리내려야 살아남는다

[창간기획-한국판 노동4.0 대계 세우자]
<중> 노동 디바이드 수술 시급 -디지털 교육시스템 절실
"韓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 전망에도
정부·기업·노조 대응책 못내놔
獨·英 등은 국가차원 재교육 적극
재직자 AI교육·은퇴 대비 지원 등
생산성 키울 '학습의 장' 마련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보다 한 단계 떨어진 28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IMD는 “과학 분야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연구인력 확대 등으로 개선됐지만 기술 및 교육 분야의 순위가 하락했다”며 교육 분야의 순위를 30위로 전년 대비 다섯 계단이나 하락시켰다. 특히 IMD는 대학 교육의 사회수요 적합성을 묻는 설문에서 지난해 49위였던 순위가 올해 55위로, 외국어 능력의 기업수요 적합성의 경우 같은 기간 33위에서 44위로 추락했다고 원인을 지목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인공지능(AI)의 도입 등 노동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기존 교육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로봇 자동화와 플랫폼 경제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이 노동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훈련 시스템은 수요자 맞춤보다는 공급자 위주 지원책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와 민간기업이 손을 맞잡고 재직자 재교육부터 은퇴 후 전직교육에 이르기까지 정보기술(IT) 분야에 대한 평생학습 체계를 도입해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이나 인생 이모작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존 공교육 시스템이 민간에서 원하는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다 민간기업에서마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교육훈련에서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로봇의 도입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IT 분야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교육훈련에 일찌감치 나섰다. 유럽연합(EU)에서 마련된 재원과 주정부에서 나온 자금을 매칭해 각 주의 주력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훈련을 시작했다. 베케 랑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 경제부 총괄은 “4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산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산업현장에 자동화가 도입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로봇 등 새롭게 도입된 장비를 다루고 생산라인을 운영할 줄 아는 기술이기 때문에 IT 분야에 대한 노동자 재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랑 총괄은 주정부가 지급한 돈으로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컨설팅과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영국 역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무인화로 사라질 위험이 큰 직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과 기술교육 등을 지원하는 ‘국가 재교육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위해 1억파운드(약 1,460억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다.

글로벌 기업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쇼핑 업체인 아마존도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앞으로 6년간 7억달러(약 8,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직원 10만명에게 직접 재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마존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물류 처리나 상품 배송, 일반관리 직군 인력을 대상으로 IT 분야 교육에 나설 예정이다. 또 직원들의 전직을 돕기 위해 간호나 항공기 정비 등 비IT 분야의 자격증이나 학위를 따는 직원들에게 학비의 95%를 지원하는 ‘아마존 커리어 초이스’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화로 인해 비숙련 노동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부와 기업·노동조합 사이에 대응방안도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한 형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5~26%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키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직업능력개발 담당 과장은 “한국은 젊은 세대의 경우 IT에 대한 교육 수준이 구세대와 비교해서는 높지만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IT 스킬이 없는 구세대는 저임금·비숙련 노동자에 계속해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기술 진보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계는 고용 보호에 치중해 노동 경직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며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한국 엑소더스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평생 교육훈련 시스템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말 그대로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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