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신협중앙회장
2019 세계신협협의회(WOCCU) 총회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바하마 나소에서 개최됐다. ‘진화하는 금융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한 신협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61개국 2,250명이 참가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내년 WOCCU 이사회는 60돌을 맞는 한국에서 열린다.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이사회도 동시에 개최된다.
이날 WOCCU 개막식에서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143위의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신협 운동가 실베스터 카돌라가 신협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로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말라위와 그 주변국인 아프리카의 빈곤퇴치에 기여한 신협 지도자로 WOCCU 이사도 역임한 헌신적인 신협 운동가다. 하지만 그날 공로상은 대리인이 수상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교통사고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고 아직 회복 중이라고 했다. 대리 수상자를 통해 그의 수상 소감이 전해지자 바하마 나소의 아틀란티스리조트 콘퍼런스홀을 가득 채운 2,250명의 세계 신협인들은 그가 전하는 메시지인 “신협은 행복한 가족이다(credit union happy family)”를 일제히 외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마치 우리의 2002월드컵 구호처럼 천둥이 울리듯 행사장을 울렸고 지구촌의 빈곤타파와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하나의 선한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 순간 한국 신협 운동을 펼친 1세대 선구자들의 삶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최빈국에서 가난을 떨치기 위해 신협 운동을 펼쳤던 시기다. 간난신고 속에 산파 역할을 했던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 이상호 명예 회장 등이 주인공이다.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가 미국 신협 100년, 한국 신협 60년, 그리고 이제 아프리카 최빈국에도 그 희망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구나.’ 싶은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스티븐 스탭 WOCCU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이뤘고,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다”고 강조했다. 다행인 것은 세계 곳곳에 바로 지금, 어려운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역설대로 용기를 가진 자들은 모두를 위해 선을 실행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신협인의 사명감이다.
이번 WOCCU에서 필자는 이사로 재선되는 영예를 누렸다. 브라이언 브랜치 사무총장의 주문대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세계 신협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다시금 부여받았다. ACCU 회장이자 아시아 유일의 WOCCU 이사로, 사명감과 책임감이라는 귀한 선물을 받은 바하마의 뜨거운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