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해 현장 경영행보를 강화하거나 비상회의 등을 소집하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와 공작기계 등이 주된 타깃이었지만 사태 장기화로 예상치 못한 품목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선제적 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은 이날 충남 아산의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온양사업장 사내 임직원 식당에서 오찬을 한 뒤 디바이스솔루션(DS) 주요 사업군별 개발실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경청했다.
이날 현장에서 이 부회장 등은 패키징 사업 현황도 점검했으며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차세대 패키지 개발 방향 등도 논의했다. 패키징 기술은 반도체의 속도, 전력 소모, 용량 외에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핵심기술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말 패키지 제조와 연구조직을 통합한 TSP 총괄조직을 신설해 패키징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의 차세대 패키징 기술은 전장용 반도체 및 5세대(5G) 통신모듈에 활용돼 자율주행차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일본으로 출국해 이날까지 일본 현지 파트너사 등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제품 수급 등의 어려움은 거의 없지만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롯데지주(004990) 주가가 폭락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그룹은 국내에서만 13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이라는 세간의 이미지 때문에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5일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SK그룹 내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와 SK이노베이션(096770)이 각각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또한 일본 보복조치와 관련한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