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여는수요일] 마중물

김월수作


청운의 꿈을 안고 금강 줄기를 거슬러 큰물을 찾아 떠난 오빠가 몇 년이 지나자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했다며 물줄기를 내려 보냈다 나는 그 물줄기를 타고 금강을 거슬러 올라 오빠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나도 내 바로 밑 동생에게 물줄기를 내려 보내 동생을 올려왔다 동생도 나처럼 내가 보낸 물줄기를 타고 올라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 그 밑 동생에게 물줄기를 내려 보내 동생을 올려오고 그 밑에 동생도 그 물줄기를 타고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해 그 밑에 동생에게 물줄기를 내려 보내 동생을 올려왔다 그렇게 우리 육 남매는 모두 한물에서 만났다




펌프에 바람소리밖에 걸리지 않을 때 물을 한두 바가지 넣고 손잡이를 누르면 뿌걱뿌걱 차오르다가 콸콸콸 쏟아지는 물줄기. 육 남매가 차례로 마중물을 내려 보내 손에 손 잡고 올라와 큰물에서 만나는 모습, 따뜻하고 뭉클하고 시원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작지만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최대치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던 그 시절풍경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많던 펌프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마중물조차 필요 없이 온수와 냉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도꼭지의 세련된 단호함은 어떤 새로운 상징을 낳고 있는 걸까요. <시인 반칠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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