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새벽 신형전술유도탄 발사를 참관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쏜 발사체와 관련해 한미에 ‘적중한(엄중한)’ 경고를 보냈다며 신형전술유도탄의 실전능력을 과시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시키는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실전배치가 최종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요격이 어려운 신형무기의 신뢰성 검증을 과시함으로써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중앙방송은 7일 “김정은 동지께서 8월6일 새벽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하셨다”면서 “우리나라 서부작전비행장에서 발사된 전술유도탄 2발은 수도권 지역 상공과 우리나라 중부내륙지대 상공을 비행해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목표 섬을 정밀타격했다”고 전했다.
또 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께서는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가 목적한 바대로 만족스럽게 진행됐다고 높이 평가하시면서 오늘 우리의 군사적 행동이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벌려놓은 합동군사연습에 적중한 경고를 보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고 전했다. 한미는 5일부터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에 돌입했으며 북한은 연합연습이 ‘군사적 적대행위’라며 반발해왔다.
중앙방송은 “위력시위발사를 통해 새 형의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신뢰성과 안전성·실전능력이 의심할 바 없이 검증됐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번 발사체의 고도인 37㎞는 현재 한미의 MD로는 요격이 쉽지 않다. 신형 패트리엇은 15~20㎞까지 요격이 가능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40㎞ 이상의 고도에서만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무기의 기술 확장력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발사체에는 상당량의 폭발물질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기술 확장력이 매우 높아 어디든 접목할 수 있다”며 “북한이 보유한 다양한 사거리 미사일에 접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거리급 미사일에도 적용할 수 있고 회피기동이 가능해 매우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새벽 신형전술유도탄 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신형전술유도탄 발사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사거리를 늘려 중거리급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실제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긴 사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있을 수도 있음을 가정하고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전술유도탄에 대한 최종실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조만간 이를 실전배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거리가 450㎞로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은 이번 발사체 실험지점에서 300여㎞ 떨어진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배치된 청주기지는 물론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까지 사정권에 두게 됐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이날을 포함해 2주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북미 실무협상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미 실무협상의 재개 시점을 정확히 추정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김 위원장의 숨통을 조금씩 조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협상장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