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주민들이 지난 주말 발생한 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2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엘파소=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잇따라 대형 총기참사가 발생하자 연방수사국(FBI)이 특정 이데올로기와의 연관성을 따지는 ‘국내 테러리즘(domestic terrorism)’ 수사를 확대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열린 ‘길로이 마늘 축제’에서 총기난사로 3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한 사건을 FBI가 국내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격 동기를 찾던 FBI 수사관들은 현장에서 사살된 총격범 윌리엄 리건이 폭력적 이데올로기를 접한 뒤 잠재적 총격 대상을 설정한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FBI는 지난 3일 텍사스주 엘패소의 월마트에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와의 관련성이 제기되자 국내 테러리즘 수사를 벌이기로 한 바 있다. FBI가 국내 테러리즘을 수사하려면 폭력이 이데올로기에 근거해 불법적으로 발생해야 한다. 미국 내 총기난사 사건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 당국은 그간 ‘외로운 늑대’가 단독으로 벌인 범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춰왔지만, 반(反)이민 등을 조장하는 백인 민족주의가 연계된 국내 테러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FBI는 4일 9명이 숨진 오하이오주 데이턴시 총기난사 사건도 국내 테러리즘으로 규정할지는 보류했지만 “용의자가 폭력적 관념에 천착한 증거를 확인했다”며 지역경찰과 함께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잇따른 참사에 총기규제 여론이 높아지자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붉은깃발법 (red flag law)’으로 불리는 총기구매자 전력조회 법안을 제안했다고 USA투데이가 이날 전했다. 붉은깃발법은 정신질환이나 중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이 총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위험인물이 총기류를 소지할 수 없도록 경찰관이 판사에게 청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다만 보수 공화당이 장악한 오하이오주 의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엘패소 총기참사에도 공화당 세력이 강력한 텍사스에서는 9월부터 공공장소의 총기소지를 완화하는 법률이 발효된다. 텍사스주 총기소지법은 미국에서도 가장 자유로운 편인데 개정법이 시행되면 교회와 이슬람사원, 유대교 회당은 물론 아동 위탁시설과 공립학교 등에서도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할 수 있게 된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