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에 위치한 오뚜기(007310) 대풍공장에는 ‘타원형 토마토’가 자란다. 자동물류센터 뒤편에 펼쳐지는 공터에 비닐하우스까지 갖춰놨다. 얼마 전 방문한 대풍공장에서는 톡 건드리면 과즙이 터져 나올 것처럼 새빨간 토마토가 넝쿨째 자라고 있었다. 옆으로 길게 뻗은 이 타원형 토마토는 일반 생식용 토마토보다 씨가 적고 과육이 단단해 케첩의 원재료로 사용된다.
오뚜기가 공장 한편에 토마토 텃밭을 마련한 것은 케첩 원재료의 국산화를 위해서다. 오뚜기의 이 같은 시도는 ‘도마도 케챂’이 출시된 이듬해인 지난 1972년 처음 시작됐다. 문제는 수입산 토마토 종자가 국내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고 토마토의 수확기가 6월 하순 장마철과 겹친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6년간의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뚜기는 올해 초부터 가공용 토마토의 국산화에 다시금 도전하고 있다. 신선한 원물을 확보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노력에서 ‘오뚝이’처럼 어떤 난관에도 쓰러지지 않겠다는 회사의 창립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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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품질 관리를 바탕으로 오뚜기는 국내 1위 케첩 브랜드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77%에 달한다. 케첩 종주국인 미국의 하인즈 케첩이 전 세계 케첩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만큼은 오뚜기가 독보적인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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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오뚜기는 카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카레 및 향신료 국제심포지엄’을 후원하며 카레를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암 발생이 적게 나타나는 이유 등을 밝히고 있다.
◇카레에 이어 밥을 신성장동력으로=최근 대풍공장에는 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1인 가구 등 간편한 식사를 찾는 소비자들의 증가로 인해 즉석밥과 컵밥 생산량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즉석밥·컵밥 생산라인을 매년 두 개씩 증설해 현재 7개 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한국인이 1년에 섭취하는 라면이 76개인 반면 즉석밥은 아직도 10개 가량일 정도로 즉석밥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오뚜기 즉석밥과 컵밥의 매출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30%에 달했는데 오뚜기에서 생산하는 소스류를 경쟁력으로 삼아 간편식 밥 제품의 품질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숙기에 접어든 케첩·마요네즈·카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신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소시지나 햄, 베이컨 등 고기 요리에 뿌려 먹을 수 있는 ‘카레케첩’과 감자튀김, 나쵸칩 등의 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할라피뇨케첩’을 출시했다. 건강한 드레싱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열량을 줄인 마요네즈도 내놨다. 어린이를 위한 부드러운 맛의 카레, 조미료처럼 활용할 수 있는 카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카레 제품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음성=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