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유명 휴양지 인근에 사는 ‘현지인’들은 휴가철마다 숙박비·음식값 등이 치솟는 것을 알고 있어 오히려 도심으로 떠나는 패키지 여행 상품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바다·계곡·산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만 동남아시아 해외여행 경비와 비슷한 바가지 비용을 내고서는 가기 싫다는 판단에서다. 이른바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고 유명 휴양지에 비해 오히려 휴가철에 한산한 도심을 찾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부산에 사는 장모(53)씨는 “남편과 휴가지를 고민하다 바가지 쓸 필요가 없는 서울을 택했다”며 “세 자녀와 고궁 투어를 하는 등 다양한 곳을 둘러보고 체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에서 서울로 향하는 이동객이 휴가자인지 거주민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탓에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역귀경 휴가객이 분명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바가지요금이 주는 불쾌감 탓에 구청 물놀이 시설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휴가객들도 늘고 있다. 울산 지역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성준(43)씨는 올 여름휴가를 구청이 마련한 물놀이 시설에서 보냈다. 그는 “구청 물놀이 시설에 가면 온 가족이 하루 5만원 정도면 편히 놀 수 있다”며 “회사가 정한 여름 집단휴가는 매년 7월 말~8월 초로 항상 휴가 절정기라서 지역 명소의 경우 바가지 때문에 숙박비·음식값 지출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주요 명소의 바가지요금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부 숙박업소와 음식점, 주차장, 불법 평상 대여 등이 대표적이다. 전남 광양 봉강계곡의 평상 자릿세는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공공장소인 계곡이 자기 땅 앞에 있다는 이유로 자릿세를 내라는 식이다. 펜션 등 숙박비도 마찬가지다. 부산의 주요 시장도 여름만 되면 먹거리로 바가지를 씌우는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 같은 바가지 상술과 불법영업 등은 관광객이 감소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 전남 광양 4대 계곡을 찾은 여름철 휴가객의 경우 지난 2016년 48만7,910명에서 지난해에는 17만9,619명으로 뚝 떨어졌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매년 휴가철을 앞두고 바가지를 씌우는 숙박업소와 음식점, 자릿세 징수행위 등을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한철 ‘대박 장사’를 노리는 상술이 여전해 지방 관광지의 악순환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바가지요금을 잡아 주목받는 관광지들도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 중 하나인 부산의 해운대해수욕장이 가장 눈에 띈다. 올해 6월·7월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만여명이나 늘어났다. 한일관계 악화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로 발길을 돌린 것도 도움이 됐지만 상인들과 해운대구청이 적극적으로 바가지요금 근절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실제 해운대해수욕장은 파라솔과 돗자리 대여료가 정찰제로 운영되며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한 관광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수입 비중 가운데 관광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바가지 상혼을 뿌리 뽑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펼쳐야만 휴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