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니클로가 일본산 불매운동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 일본 화장품 제품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어요. 이번 ‘DHC 망언’ 이슈가 J-뷰티 불매운동의 방아쇠가 되는 건 아닌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화장품업계의 망언이 잇따르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지난 주말에는 일본 화장품 ‘DHC’에서 운영하는 ‘DHC 텔레비전’에서 한 출연자가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라고 비하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불매운동을 암시하는 ‘잘가요 DHC’ 해시태그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이미 국내 면세업계에서는 일본산 화장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한 면세점에 따르면 7월 중순부터 8월 현재까지 내국인의 일본 뷰티 브랜드 구입은 전월 대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상승에 따른 내국인의 면세품 구매 감소에 더해 일본산 화장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J-뷰티의 위세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일본산 불매운동의 여파가 닿지 않는 ‘무풍(無風)지대’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등에 업은 J-뷰티가 훨훨 날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 세계 2위 화장품 시장인 중국에서 최다 수입국은 일본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은 1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좁은 내수 시장에서 한정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불매운동을 뛰어넘으려면, 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K-뷰티의 새 전략이 필요하다. 트렌드에 강하지만 기술력은 약하다는 시장의 뼈아픈 지적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할 때다. J-뷰티를 벤치마킹하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SKⅡ’가 초고가 스킨케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듯, 국내 기초 화장품도 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또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색조 기반 브랜드도 강화해야 한다. ‘설화수’, ‘후’ 등 스킨케어 기반의 K-뷰티에 더해 ‘나스’와 ‘디올’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색조 브랜드를 내놓을 때다. K-뷰티가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해 J-뷰티를 뛰어넘을 때, 적극적 의미의 불매운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