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이달 들어 10개 중 8개꼴로 상장사 목표주가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줄고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증권사의 ‘눈높이’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목표주가를 변경한 증권사 리포트 286개 가운데 80%인 231개가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반대로 목표주가를 올린 곳은 55개에 그쳤다. 그만큼 대다수 기업의 주가가 당분간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2·4분기 잠정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현재 코스피 상장사 255개의 2·4분기 영업이익 합계 추정치는 27조7,790억원 수준으로 1·4분기 30조7,150억원에 비해 10% 가까이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 반등 시점을 보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점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4분기는 돼야 실적이 좋아지는 게 눈으로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종별로 보면 생활용품, 항공운수, 호텔·레저, 화학, 보험, 미디어 등 상당수가 목표주가 하락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종목별로도 실적 부진 기업의 목표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평균 목표주가가 가장 많이 깎인 곳은 21.4%나 감소한 애경산업으로 2·4분기 영업이익(61억원)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70% 이상 감소한 것이 뼈아팠다. 생활용품 사업은 영업이익이 44.8%나 늘어날 정도로 호조였지만, 화장품 부문의 영업이익이 45억원으로 76.5%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경쟁 강도가 강해지면서 어려운 업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생활용품 사업부의 마진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며 애경산업의 목표가를 종전 4만3,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낮췄다. 특히 애경산업은 4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일 간 ‘경제전쟁’으로 양국의 교류가 급속히 경색되면서 제주항공(-16.7%)과 모두투어(080160)(-9.9%)의 목표주가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 합산 일본노선의 지난달 여객수송량은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에 그쳤으며 이달 10일까지 누적으로 따지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LCC와 여행업종의 주가 부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10.6%), 현대그린푸드(005440)(-10.5%), 금호석유(011780)(-9.7%), 한화생명(088350)(-9.5%), CJ헬로(037560)(-9.1%) 등의 순으로 눈높이가 낮아졌다.
현재 국내 증시 전반의 사정은 목표주가 반전과는 거리가 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23% 오른 1,942.29에 거래를 마치며 소폭 상승했으나 2,000억원 이상 ‘사자’에 나선 개인이 간신히 떠받치는 형국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1조6,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사실상 상황을 뒤집을만한 ‘내부 요인’은 없는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부진의 원인은 글로벌 경기 부진”이라며 “한국 증시의 성과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기 모멘텀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